[홍콩통신] 농구대표팀, 이제 침대걱정까지 해야 하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7.01 07: 02

손빨래와 도시락 사건을 겪었던 농구대표팀이 이제 숙소문제를 겪고 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7월 1일 홍콩 소우론 스타디움에서 홍콩대표팀을 상대로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은 3승 2패로 A조 3위에 올라있다.
한국은 28일 중국 심천에서 82-74로 중국대표팀을 꺾고 승전보를 전했다. 라틀리프가 25점, 11리바운드로 골밑을 굳게 지켰다. 허웅은 외곽에서 16점을 폭발시켰다. 핵심선수 대부분이 빠졌지만 적진에서 중국을 이긴 효과는 컸다. 경기를 지켜보던 야오밍 중국농구협회장의 얼굴이 굳어질 정도였다.

중국은 2019년 상해, 베이징, 심천 등 8개 도시에서 사상 첫 농구월드컵을 개최한다. 이번 심천대회는 그 예행연습이었다. 덕분에 한국대표팀은 중국에서 성대한 대접을 받으며 아무런 불편 없이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묵었던 호텔도 수준급이었고, 체육관 시설도 훌륭했다.
문제는 대표팀이 29일 홍콩으로 넘어오면서 생겼다. 홍콩농구협회의 일처리가 엉망이다. 중국 심천과 홍콩은 맞닿아 있다. 자동차로 90분이면 가는 거리다. 입국심사 등을 고려해도 보통 두 시간이면 간다. 신원이 확실한 농구대표팀은 홍콩 측이 편의를 봐준다면 더 빨리 입국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표팀은 홍콩 측이 준비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그 때마다 짐을 다 빼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선수들이 녹초가 됐다.
홍콩협회측이 준비한 숙소도 문제가 많았다. 현재 대표팀에 2미터 가까이 되는 장신선수들이 7명이다. 그들이 잠을 자기에는 침대크기가 너무 작았던 것. 길이도 짧지만 넓이도 부족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5성급 호텔에서는 엑스트라 베드를 제공한다. 홍콩의 호텔에서는 선수들에게 나무받침대를 줬다고 한다. A 선수는 “머리에 받침대를 댔는데 베개를 베어도 너무 딱딱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B 선수는 “새우잠을 잤다”고 했다.
FIBA가 홈&어웨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원정팀의 각종편의는 홈팀의 농구협회가 모두 맡기로 각국이 합의를 했다. 한국은 뉴질랜드와 홍콩이 방한했을 때 특급호텔을 잡아줬다. 농구협회는 대표팀의 간식제공 등 각종 요구와 편의사항까지 봐줬다. 하지만 홍콩협회는 우리에게 3성급 비즈니스 호텔을 제공했다.
선수들은 라틀리프를 제외하면 대부분 2인 1실을 쓴다. 기자가 30일 선수들이 쓰는 방에 직접 가봤다. 방이 워낙 좁아 캐리어를 놓아둘 공간도 부족했다. 또 침대와 침대 사이 공간도 너무 좁았다. 거구의 두 선수가 쓰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아 보였다. 또 선수들이 각 층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어려움이 더 컸다. 해외에 파견된 대규모 선수단이 아니라 소규모 출장자나 여행자에게 적합한 중소호텔이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선수들 입맛에 맞지 않았다. 선수들은 주변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다행히 주변이 번화가라 음식을 파는 곳은 많았다.
2015 중국 창사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당시 대표팀에서 손빨래 사건, 도시락 사건, 이코노미 사건 등이 터졌다. 대회 중반까지 대표팀을 관리해줄 대한민국농구협회 직원이 현장에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농구협회 직원이 상시동행하며 물심양면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숙소문제의 경우 전적으로 홍콩협회의 책임이다. 농구협회 직원이 홍콩 측과 사전에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홍콩 측의 대응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홍콩협회 관계자는 “뉴질랜드와 중국은 불만이 없었는데 한국만 불만이 많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국에서 지낼 때 매우 까다로운 요구를 했던 중국과 뉴질랜드 선수들이 홍콩의 같은 호텔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홍콩 경기장도 국제경기를 치르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였다. 약 2천명 정도 수용하는 소우론 스타디움은 한국의 웬만한 대학교체육관보다도 못한 낡은 시설이었다. 경기 하루 전에도 믹스트존(mixed zone) 등 국제대회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시설이 없었다. FIBA의 공식스폰서와 라이벌 관계인 스포츠용품사의 광고가 떡하니 경기장에 붙어 있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운영이다. 대회를 돕는 지원스태프들도 대부분 경험과 관련지식이 전무한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져있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웃으면서 훈련을 마쳤다. 그런데 호텔에 돌아가는 길에 버스가 제 시간에 오지 않았다. 한국을 돕는 홍콩 자원봉사자가 버스를 불렀지만 너무 늦게 왔다. 허재 감독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1.2km정도 떨어진 호텔까지 걸어서 갔다. 모든 면에서 홍콩협회가 손님 맞을 준비를 제대로 안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FIBA 관계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국경기에서 이것저것 세세한 것까지 다 간섭하며 깐깐하게 굴었던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남녀농구대표팀은 3일 평양으로 떠나 남북통일농구에 임한다. 농구가 오랜만에 세간의 주목을 끌며 남북화합에 이바지하는 좋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농구협회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 선수들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서 해외원정을 치르고 있다. 이제 대표팀이 해외에 원정을 갈 때 숙소의 침대사이즈를 미리 체크하는 것이 농구협회의 중요한 업무가 됐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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