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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사자후]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평가전, 농구대표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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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농구대표팀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5일 일본 도쿄에서 치른 일본대표팀과 평가전에서 80-88로 패했다. 대표팀은 17일 센다이로 장소를 옮겨 일본대표팀과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28일 중국 선전에서 중국대표팀, 7월 1일 홍콩에서 홍콩대표팀과 월드컵 최종예선 2라운드를 치른다. 일본과의 2연전은 마지막 평가전인 셈이다.

이번 평가전은 일본농구협회의 적극적인 협조와 초청으로 이뤄졌다. 주최 측이 한국대표팀의 체재비 일체를 제공한다. 문제는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르는 센다이 지역이 방사능 누출사고가 터진 후쿠시마 원전과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센다이 경기장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해안도로를 따라 불과 103km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 한 시간 30분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과연 대표팀의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

지난 2011년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일본 동부해안을 덮쳤다. 그 결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1-4호기가 파괴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 방사능 오염물질은 바람을 타고 퍼지고, 냉각수를 통해 태평양 바다로 계속 누출되고 있다. 인근 지대뿐 아니라 일본 동북부 전체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사태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함께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의 최고 단계인 7단계(Major Accident)로 규정하고 있다.

2011년 사고당시 일본정부는 원전 반경 20km 이내를 강제피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미국정부는 자국민에 대해 더 엄격하게 반경 80km 이내 지역에 대해 철수령을 내렸다. 한국도 이를 따랐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110km 정도 떨어진 센다이는 인근에서 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 중 하나인 셈이다.

일본정부는 최근 후쿠시마에서 잡은 해산물을 태국에 수출하는 등 방사능의 영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후쿠시마 인근에서 조업이 정상적으로 재개된 상황. 그러나 태국의 환경운동가 스리수완 잔야는 “일본수입 어류가 오염될 가능성이 1%에도 미치지 못할지라도 소비자에게 암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일본 물고기를 먹는 것은 복권을 사는 것과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다. 방사능은 인체에 계속 축적되며 배출되지도 않는다. 또한 부작용이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방사능에 대해서는 어떤 세기(허용량) 이하이면 절대 안전하다는 보증은 없다. 아무리 작은 선량(線量)이라도 그것을 쐬는 사람의 수효가 많으면 많은 장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7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아직도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는 인근 지역의 안전성을 속단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40km 떨어진 이타테시에서 1제곱미터당 326만 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되어, 체르노빌의 최소 강제 이주 기준의 6배를 기록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에서 400 km 떨어진 시즈오카현에서 세슘-134 등 5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 후쿠시마에서 250km 떨어진 도쿄에 살더라도 오랜 기간 지속적인 방사능 위험에 노출되면 피폭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 

한국정부는 2011년부터 후쿠시마 주변지역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2013년에는 인근 8개 현에서 나오는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했다. 이에 일본은 한국 정부가 일본 수산물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며 2015년 5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을 제소했다. WTO는 “한국 조치는 일본 식품에 차별적이고 투명성 측면에서 미흡했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을 계속 금지하겠다며 WTO에 상소를 건 상황이다.

한국대표팀이 센다이 지역에서 경기를 치르면 선수단이 아무래도 후쿠시마산 또는 인근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섭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잠재적 위험성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일주일 정도 짧은 여행으로는 위험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전혀 없다. 

법무성 2017년 6월 통계에 따르면 동북지방 6현에는 우리 교민 8505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센다이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후쿠시마현이 매우 넓다. 후쿠시마현에 거주하는 교민들도 있다. 일본에서 농산물에 대해 (방사능 함량을) 엄격하게 조사한다. 출하를 할 수 없는 것은 (시민들도) 안 먹는다. 안전하기 때문에 출하한다. (한국에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안 먹는다고 하는데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정부가 후쿠시마산 농산물 수입을 금하는 것에 대해 총영사관 관계자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안전수치를 안 넘으니 먹는 사람도 있고, 먹고 싶지 않다며 다른 것을 먹는 사람도 있다”며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한농구협회가 대표팀 안전문제에 대해 총영사관에 협조를 요청한 사항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농구경기가 개최된다는 것은 들었지만 협조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방열 농구협회장은 센다이 경기 개최 이유에 대해 “일본 주최 측에서 체재비를 지원했다. 일본이 정한 스케줄에 따라서 (한국은) 가는 것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훈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서 경기하는데 따른 위험요소에 대한 대책은 있을까. 방 회장은 “우리도 염려를 했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여행자들도 다 갔다 온다. 일본사람들도 거기서 경기한다. (한국에서 따로 음식을 싸가는 등) 대책은 안 세웠다”고 했다.

농구대표팀은 매번 국제대회를 앞두고 연습상대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일본대표팀과의 경기자체는 좋은 기회다. 다만 방사능에 대한 위험성이 0.0001%라도 남아있다면, 한국대표팀이 굳이 센다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지 의문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 및 소프트볼 경기를 후쿠시마 원전에서 60km가량 떨어진 경기장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까지 얻어 논란을 빚은바 있다. 조직위는 선수촌에 공급할 식재료도 지진피해지역 도호쿠산을 채택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목숨을 걸고 경기를 치를 수 없다’면서 반발하는 국가들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본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발간한 가이드북에는 ‘피해지를 꼭 방문해 달라’는 어처구니없는 호소문까지 들어가 있다.

일본이 원전사고 인근지역이 안전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스포츠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아울러 대한체육회도 해외에 파견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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