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체한 원더걸스를 뒤로 하고, 유빈이 새로운 시작점을 밟았다. '솔로', '보컬', '씨티팝' 등 새로운 도전 키워드 속, 그녀의 솔로 데뷔곡 '숙녀'는 두루 호평받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과거를 잊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 때와 똑같아서도 안 된다. 유빈의 솔로 준비 기간이 1년을 훌쩍 넘은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온 노래가 '숙녀'다. 원더걸스의 기조였던 레트로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 '씨티팝'이라는 새 장르를 꺼내들었다. 패션과 음악은 돌고 도는 법. 1990년대 패션이 현재 다시 유행하는 것처럼, 1980~90년대 씨티팝 장르 역시 지난해부터 서서히 입소문을 타 왔다.
일각에서는 씨티팝의 시작점이 일본이라는 점을 내세워 곱지 않은 시선 보내기도 하지만, 지금과는 달리 당시 일본 대중음악은 우리나라 가요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 알아야 한다. 당시에도 김현철, 빛과 소금 등이 씨티팝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 바 있고, 이 영향이 현재의 씨티팝 재돌풍의 기반을 닦고 있다 봐도 무방한만큼, 단순히 '일본 음악을 한다'고 치부하긴 어폐가 있다. 이후 다시 씨티팝의 시대가 돌아오면서 윤종신, 뮤지 등이 이 장르의 부흥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유빈까지 씨티팝을 선택해 1980~90년대 여성 솔로가수들의 무대와 접목시켜 '숙녀'를 완성했다. 유빈은 김완선, 강애리자의 무대를 연구하며 컴백을 준비해왔다. 당시의 끝음 처리 기법, 마이크 잡는 법까지 신경을 썼고, 의상 및 뮤직비디오 등 비주얼 적인 측면에서도 당시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하는데 힘 썼다. 국내에서 시티팝 음악 및 작곡에 유능한 음악인들을 직접 컨택해 조언을 구하며 '숙녀'를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레트로 음악의 특장이기도 한 중독성 역시 유효하다. '숙녀'는 단연 웰메이드 곡이다. 다른 수록곡이 때아닌 논란으로 발표 연기, 취소되면서 상대적으로 '숙녀'가 저평가된 측면 있지만, 이 노래가 잘 짜여진 좋은 곡이라는 건 이견의 여지 없다. 온라인에서는 '숙녀'를 들을수록 스며들게 된다며 '숙며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니 초반의 논란으로 화제를 확 이끌어내지 못한 게 아쉬울 법 하다.
어찌됐든 유빈의 솔로데뷔는 신선했고, 또 유빈의 새로운 음악색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여성 힙합 가수 포지션을 선점해 솔로 데뷔할 것이라는 뻔한 예상을 신선하게 무너뜨렸으니 재미도 있었다. 성적과는 별개로 꽤나 의미 있는 도전이었던 셈이다. 유빈은 향후 새로운 음악과 다양한 장르에 꾸준히 도전하고 싶다며 또 한 번 반전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여성 솔로라는 것만으로도, '솔로 유빈'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jeewonjeong@osen.co.kr
[사진] 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