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SBS 아나운서 김일중은 분명 평범한 아나운서로 살기에 넘치는 끼가 아까운 방송인이다. 본인 역시 체감했고 주변에서도 인정했기에 안정적인 회사를 박차고 나와 ‘정글의 세계’로 입성했으리라.
2015년 9월, 10년이나 다닌 SBS에서 퇴사해 프리랜서 방송인이 된 김일중의 매력을 MBC 에브리원 예능 ‘비디오 스타’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05년 SBS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지금은 2인자도 아니다”라고 셀프 디스를 하며 시작부터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프리랜서 선언을 고민하는 후배 아나운서들을 향해 선배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김일중은 “이제 나올 사람들은 거의 다 나왔다”며 “제 밥그릇을 빼앗길 것 같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프리랜서가 너무 힘들다. 절대 나오지 말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김일중은 프리랜서 선언을 한 아나운서들 사이에서 항상 ‘1인자’ 전현무의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프리랜서 선언을 한 대부분의 아나운서들이 초기에는 “전현무를 능가하겠다”고 자신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입을 모아 전현무의 위치를 인정하고 있다고.
이처럼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음에도 김일중의 ‘투 머치’ 매력은 계속됐다. 그는 스스로 “아이돌 행사계의 유재석”이라 지칭하며 다시 한 번 관심을 끌었다.
아이돌 그룹의 새 앨범을 소개하는 쇼 케이스 행사에 MC로 자주 서게 됐는데, 이는 질문을 잘 이끌어내 기자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수들의 뻔한 한 줄짜리 대답에서 벗어나 행사가 재미있고 풍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다각도에서 질문을 던진 덕분이다. 김일중의 능력은 기자회견 및 쇼케이스 행사에서 빛을 발하곤 한다.
“방탄소년단의 쇼 케이스를 진행했다가 어느 새 ‘반 고정’ MC로 자리 잡았다”는 김일중은 이날 방탄소년단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노래 ‘뿜뿜’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걸그룹 모모랜드와의 인연도 언급해 아이돌계 유재석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는 이날 심지어 ‘뿜뿜’의 댄스까지 선보이며 웃음을 배가했다.
개그맨만큼 뻔뻔하게 웃기는 감각에 몸 개그까지 선보이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겪었던 각종 황당한 실수담만으로 한 편의 시트콤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사고도 많이 치는 그다. 하지만 김일중은 가볍지 않고 믿음직스럽다. 허술한 듯한 틈 사이로 옹골찬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비디오 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