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가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로,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 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
사상 최초로 관부 재판이라는 실화를 스크린에 그려낼 '허스토리'는 6년에 걸쳐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재판을 이끌어간 사람들의 치열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잘못된 인식으로 오히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인식이 곱지 않았던 1990년대,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용기낸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울릴 전망이다.
김희애는 6년간 관부재판을 이끌어가는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맡았다. 문정숙은 '나만 잘 먹고 잘 산 게 죄스러워서' 할머니들의 관부 재판을 끈질기게 이어가는 인물.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는 캐릭터는 진정성 있는 김희애의 연기와 만나 묵직하면서도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김희애는 '허스토리'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여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 안 할 이유가 없다. 시나리오도 감사히 받았다. '할머님들을 돕고 싶다' 이런 생각조차도 못했다. 하고 나니까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고 왠지 반성도 되더라. 연기자로서 이런 사실을 뒤늦게라도 알게 된 게 늦게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힘없고 연약한 할머니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소신껏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사장 역시 저같이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온 분인데, 할머니들을 돕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며 "저는 여자니까 할머니들, 그리고 여사장님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고 덧붙였다.
문정숙 캐릭터는 부산에서 오래 여행사를 운영해왔던 인물로,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김희애는 몸에 익지 않은 부산 사투리부터 일본어까지 유창하게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희애는 "부산 사투리가 정말 익숙해 지지 않더라. 말투가 상황에 따라 다 다르지 않나. 부산 친구들한테 보여줬더니 '치워라'고 하더라"며 "억양을 다 외웠다. '진심이 중요한 거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제가 봐도 정말 이상했다. 기본이 안 돼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달달 외웠다. 부산 사투리 때문에 정말 고생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본어 대사 역시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달달 외웠다는 김희애다. "치매도 아니고 외워지겠지 했는데 정말 잘 안 외워지더라. 한글로 써서 달달 외웠다"는 김희애는 "꿈에서도 일본어를 할 정도였다. 지금도 그 대사를 안잊어버릴 정도다. 장기 기억으로 넘어갔나보다"라며 "혹시라도 일어 아시는 분들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고 느끼면 얼마나 웃기겠나 싶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량만큼은 하자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일어도 하시고 영어도 하시는 굉장히 똑똑한 분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대사를 듣고는 대사를 막 고쳐버리는 거다. 내가 어떻게 외운 대사인데"라고 웃으며 "너무 힘들었다. 내가 이걸 해내야 이 영화가 시작하고 끝낸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다. 대사를 외우다가 잠이 들면 꿈에서도 일본어가 나왔다"고 말했다./mari@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 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