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백종원은 달랐다. 자신의 가게는 물론 골목상권을 살려달라는 편지 한 장만으로도 그 가게의 문제점을 단박에 짚어냈기 때문이다.
8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서울 성수동 뚝섬 골목 살리기에 나선 백종원의 모습이 담겼다. 뚝섬은 홍대 및 연남동에 이어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로 대개 초보 요식업자들이 이 동네에서 창업을 하는 추세다.
이날 제작진은 서울 유일의 ‘숲세권’ 뚝섬에서부터 우리 가게를 살려달라는 제보를 받고 급하게 투입됐다. 제보를 받았다는 게 의외였다는 제작진은 오픈한지 채 1년이 안 된 신생 가게들을 찾았다. 요리는 물론 가게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탓이었다.
백종원은 “1년도 안 된 분들이라 더 철저하게 하려고 한다. (개업)1년도 안 됐는데 방송된 이후 확 잘되면 로또를 맞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이 분들 중에 준비가 안 됐다 싶으면 방송을 포기하겠다. 단 1~2회에 끝나는 한이 있더라도 안 된다”면서 진정성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결국 그의 말은 현실로 이뤄졌다. 족발 가게에서 음식을 먹어 보던 그는 “도저히 안 되겠다”며 시식을 포기한 것이다.
백종원은 한편 장어 가게에 대해서는 “장어가 전단지를 뿌려서 먹을 음식이 아니고 싸다고 먹지도 않는다. 나 같으면 장어가 8천원이라면 1시간이 걸려서라도 가겠다”며 “그렇게 싼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다는 것은 맛이 없거나 8천원의 가치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단번에 지적했다.
그는 족발집의 메인 메뉴인 족발과 덮밥을 먹고 총체적으로 드러난 문제들을 지적했다. 식재료 관리부터 조리법, 위생 등 백종원의 예상만큼이나 손님들이 찾지 않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백종원은 “족발을 급하게 그을린 느낌이 든다. 연기를 과하게 씌워서 느끼하다. 강한 연기와 돼지기름의 부조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리과정을 보지 않았는데도 음식을 먹자마자 식재료 관리 및 조리순서를 맞혔다.
얼굴과 이름을 걸고 음식을 팔아온 음식점 대표의 마음에 상처가 갈 법한 백종원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이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이 식당에서 돈을 내고 먹었을 손님들에게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백종원의 도움을 받고 재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적에 기분이 나빴다면 과감히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