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이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단번에 '언니 삼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털털하고 가식 하나 없는 성격의 소유자, 바로 배우 배민희다. 자신을 위해 함께 해주고 애를 써주는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알고, 그들을 위해 일명 '민희미식회'를 베풀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까지, 모든 것이 '진국'이다.
배민희는 지난 달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수위치-세상을 바꿔라'에서 검사장 진경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차장검사 진경희는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악의 인물과 손잡고 법과 원칙을 저버렸다.
검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는 배민희는 "검사장의 무게감을 어떻게 줄까. 앉아있어도 포스가 있어야 하니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배민희는 "제 나이에 거기까지 올라가려면 치열하게, 성별 상관없이 올인했을거다. 결혼도 안 했을 것 같다. 그래서 치마보다는 블랙의 바지 정장을 입었고 머리도 단발로 바꿨다. 검사실에 여자는 한예리와 저 둘이었는데, 한예리가 커트를 한다고 하길래 저는 단발을 택했다. 진한 화장이나 액세서리도 안 했다"라고 역할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전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정의 편에 있다가 박원상 선배는 계속 정의쪽으로, 저는 현실 타협을 해서 유혹에 넘어갔다. 드라마에서는 둘 다 필요한 인물이었다. 다들 현실적인 악역이라고 하시는데, 유혹에 약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제가 어디 가서 100억을 받겠나. 그런 돈이다 보니 유혹에 넘어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스위치'는 촬영 내내 좋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배우들끼리의 합도 좋았다. 배민희는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드라마를 여러 번 했지만 감독님, 스태프들 모두 성격이 좋았다. 배우들도 모난 사람 한 명 없이 화기애애했다"라고 '과하게' 좋았던 촬영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1인 2역 연기를 해야 했던 장근석에 대해서는 "힘들었을텐데도 정말 잘해줬다. 서서 자는 와중에도 리더로서 책임감이 넘쳤고, 밝고 맑았다. '근짱' 덕분에 저는 날로 먹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또 "제가 계속 박원상 선배에게 하대를 했는데, 농담으로 '다음엔 사이 좋은 부부로 만나자'는 얘기도 했다. 정말 좋으신 분이다"라고 덧붙였다.
배민희는 중학생 때 엄마 친구의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계기로 CF를 찍기 시작했고, 고3 때인 1997년 KBS 공채 19기, 슈퍼 탤런트 3기로 데뷔했다. 신인상까지 받으며 '라이징 스타'로 거듭났던 배민희는 한 순간 인기를 뒤로 하고 공백기를 갖기 시작했다.
"안 쉬고 일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숨이 차더라. '난 누구?'라는 생각으로 배짱좋게 연기를 그만뒀다. 대학원도 다니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그 때서야 내가 연기를 좋아서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숨이 차다 보니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했던 거였다. 멀리 있으니까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다시 연기자로 돌아온 배민희다. 이제는 연기를 하는 자체가 재미있고, 고민과 불안을 거듭하면서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부딪혀나가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배민희는 "연기엔 정답이 없다. 고통에서 희열을 느끼고, 하나하나 찾아간다. 틀렸다 할지라도 이 찾아가는 과정이 하면 할수록 참 재미있다"라고 연기를 하는 이유를 전했다.
21년차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안 해본 것이 많아서 뭐든 하고 싶다고. 그 중에서도 연구원, 아나운서와 같은 전문직을 여러 번 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이 유연성이라 서너 달 째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는 배민희는 "제가 한 번 하면 미친듯이 하는 성격이다. 1등 아니면 덮는 스타일"이라며 현재 열심히 하고 있다는 필라테스를 통해 달라질 유연성을 기대케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배민희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학교 선배이신 손현주 선배님을 좋아하는데, 연기도 잘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지 않나. 정말 좋으신 분이다. 저도 손현주 선배님처럼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parkjy@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