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허스토리' 김해숙 "촬영중 우울증 겪어 병원行, 너무 힘들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6.08 12: 02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배급 NEW, 제작 수필름)가 이달 관객들을 찾는다.
그간 영화 '귀향'(2016), '눈길'(2017), '아이 캔 스피크'(2017) 등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룬 작품이 지속적으로 나왔던 바. 소재가 주는 무게감에 관객들이 겁을 먹지 않도록 다양한 장르 및 연출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담아왔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는 실화를 정공법으로 담았다. 물론 중간 중간 배우들의 대사를 통한 따뜻한 웃음은 놓치지 않았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6년 동안 일본 시모노세키-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투쟁, 즉 관부재판을 벌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이들의 승소를 위해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수많은 법정투쟁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받아낸 재판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들의 노력과 진심을 느낄 수 있다.
배우 김희애가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문정숙 역을, 김해숙이 정숙의 가사도우미 배정길 역을 맡았다. 정길 역시 위안부 피해자.
김해숙은 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희(배우)는 항상 자기 작품을 보고 나면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저도 어제 제대로 영화를 못 봤다. 매번 그런 거 같다(웃음). 매 작품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이 나이에 이렇게 힘든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엔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영화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해숙은 "(이번 영화와)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맡으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았다. 새 작품을 만났을 당시 잠깐 괜찮아졌다가 다시 슬픔이 찾아왔다. 촬영중 우울증을 겪어 병원까지 다녀올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무기력했다. 건강검진도 받았다. 의사로부터 ‘무슨 일이 있으셨느냐’ ‘약을 드셔보면 어떠하겠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저는 이렇게까지 (인물의 감정에)가본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어떤 아픔인지 알 것 같았다.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고 여행을 다녀오자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라고 당시의 힘들었던 경험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김해숙은 “제가 영화를 제대로 못 본 이유가, 제가 어떨지 걱정이 됐던 거다. 어떻게 연기를 했을지 못 보겠더라. 조금이라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웠다”라며 “연기를 못해서 '발연기 얘기를 걱정한다'는 게 아니라 너무 두려웠다. 제 자신이 부끄러울까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매니저에게 ‘나 영화를 안 보면 안 될까’라는 얘기도 했었다(웃음)”라고 그간 느낀 감정들을 털어놨다.
'허스토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처절했던 삶을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는다. 법정 증언대에 앉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사연을 들려줄 뿐이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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