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이하 두니아)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안겼다. '과연 내가 보고 있는 게 뭘까'란 생각까지도 안겨준 예능. 시청률은 차치하고 일단 그 새로운 시도에서는 점수를 받은 분위기다.
3일 첫 방송된 '두니아'에서는 두니아에 갑자기 '워프'된 유노윤호, 정혜성, 루다, 권현빈, 샘 오취리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두니아로 향하게 된 다섯 사람은 밀림 같은 숲에서 저마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고, 동맹과 갈등을 겪으며 앞으로의 생존기를 예고했다.
'두'니아'는 '야생의 땅:듀랑고'라는 MMORPG 게임을 세계관으로 한 한국 최초 게임 접목 예능이다. 게임을 접목 시킨 세계관에서 출연자들의 '언리얼' 생존 예능을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룡이 등장하는 새로운 가상공간, 실제와 연기를 오가는 출연자들의 참여 등이 기존 지상파 예능에서 본 것과는 결을 달리 한다. 실시간 소통 포맷을 예능계에 도입한 '마리텔' 박진경, 이재석 PD의 신작이란 점을 상기하면, 이 프로그램의 실험성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첫 방송을 보고 나서는 여러 콘텐츠들이 떠올랐다는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미국드라마 '로스트'. '두니아'는 유노윤호-정혜성-루다-권현빈-샘 오취리가 워프 되기 전의 모습들로 시작, 제 각각 다른 장소에서 정신을 차린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두니아를 탐험하기 시작했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낯선 땅에 불시착해 생존을 위해 모험을 펼친다는 그림이 비슷하다. 실제로 이재석 PD는 방송 전 '두니아'와 '로스트'와의 유사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많다. 정글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 다른 참가자와 동맹을 맺거나 반목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 그리고 거시적으로 이를 시청자들이 한 편의 쇼를 관람하듯 지켜보고 있고 직접적으로 응원을 보낼 수 있다는 점(영화 속 필요한 물품 전달 등) 등이 비슷한 키워드다. '두니아' 출연자의 운명 역시 시청자의 실시간 문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투표 결과에 따라 가만히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 앞에는 거대한 공룡과 함께 놀라운 두니아의 본모습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헝거게임'에서도 갑작스런 재난 등 위기 상황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던 바다.
'두니아'가 위 두 콘텐츠들과 차별점을 지니는 것은 '병맛'에 있다. 이는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두니아'가 갖는 정체성이기도 하다. 의문의 워프, 생존과 만남, 운명의 선택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언리얼 상황 속 출연진의 연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이날 방송에서 유노윤호는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오글거림'에 웃음이 터져 한 동안 연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다소 어리숙한 캐릭터의 권현빈이나 갯벌 한가운데에 떨어져 양말과 스타킹까지 사용해 무한 채집 모드를 발동시키는 우주소녀 루다 등의 모습이 일종의 병맛 코드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긴다. '세종대왕'을 '킹세종'으로 표현하고 모든 의성어를 그대로 전달하는 등 실시간 놀이가 된 자막은 이런 병맛 코드의 핵심이다. /nyc@osen.co.kr
[사진] MBC,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