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의 이해영 감독이 주연을 맡은 배우 류준열을 극찬했다.
‘독전’에서 류준열은 어머니를 잃고, 조직에서도 버림받은 조직원 락 역을 맡았다. 락은 마약 제조 공장에 발생한 의문의 폭발사고로 홀로 남아 원호의 수사에 협조하며 함께 조직의 실체를 파헤치는 인물이다.
‘응답하라 1988’, ‘더 킹’, ‘택시운전사’, ‘침묵’, ‘리틀 포레스트’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대중을 매료시킨 류준열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남자 락 역으로 인생 캐릭터 경신을 알린다. 자신의 전매특허인 생활연기를 버리고, 한층 농익은 감정과 눈빛 연기를 새 무기로 장착한 ‘독전’ 속 류준열은 전무후무한 인생 연기로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이해영 감독은 류준열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한 번에 읽히지 않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류준열을 “배우 생활 기간은 짧지만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했다”고 평한 이해영 감독은 “(류)준열이가 갖는 매력 중 하나는 감정이나 생각을 한 번에 읽히지 않는 것이다. 자꾸 들여다보게 만들고, 더 읽고 싶어지는 마력이 있다. 그런 마력에 자꾸 끌려가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독전’ 캐스팅 전, 류준열을 스타덤에 올린 ‘응답하라 1988’을 비롯해 류준열이 출연한 모든 작품을 챙겨 봤다는 이해영 감독. 이 감독은 “‘독전’ 시나리오를 주기 전에 류준열이 출연한 모든 영화, 드라마를 다 봤다. 특히 ‘응답하라 1988’ 같은 경우에는 시나리오를 줘야지, 라고 마음먹은 다음에 앞부분만 보다가 끝까지 다 보게 됐다. 류준열 때문이었다”며 “저 사람의 감정이 무엇일까, 생각이 무엇일까 잘 안 읽히기도 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한 감정이 류준열에게 있었다. 락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망설임 없이 락 역에 류준열을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해영 감독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락이 된 류준열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청년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스크린에 썼다.
“(류)준열이 연기를 너무 잘 하잖아요. 보통 그 정도의 나이 대 배우들은 욕심을 낼 수밖에 없어요. 감정을 발산하는 연기가 좀 더 연기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발산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 하겠다는 제 편견도 있었죠. 그런데 준열이는 그 감정을 진실되게 믿고,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배우더라고요.
락이라는 인물은 보이는 것보다 속에 담고 있는 게 훨씬 많은 인물이에요. 그래서 모니터에 보이는 것보다는 느낄 수 있게 연기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한대로 깊은 연기를 정말 잘 해준 것 같아요. 준열이가 헷갈리고, 의심될 때 저한테 의지를 많이 했다는 인터뷰를 했던데 오히려 반대예요. 제가 준열이한테 많이 의지하고, 믿고 맡기면서 알아서 편하게 찍었어요.”
이해영 감독이 생각하는 류준열은 똑똑하고 성실한 배우다. 치열하게 인물을 해석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득했고, 이해영 감독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깊게 짚어냈다. 이해영 감독은 “시나리오를 쉴 때도 읽고, 분장할 때도 읽고, 정말 쉴 새 없이 읽더라. 버전마다 시나리오를 본 다음 자신의 생각을 매우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그 감상이 늘 정확했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현장에서 본능적인 연기를 해냈다. ‘독전’에 사용된 대부분의 연기가 첫 촬영에서 OK를 받아낸 것들이었다. 이해영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류준열에게 감탄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을 찍는 날이었어요. 리허설을 할 때 대사를 하면서 동선을 맞춰봐야 하는데 류준열이 ‘다음 대사가 뭐지?’ 자꾸 이러더라고요. 처음에는 ‘얘가 지금 준비를 안 해왔나? 왜 이러지?’ 했었죠. 정말 일부러 그랬거나, 대사를 안 외워온 게 아니라 정말 대사를 기억을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카메라를 돌리니까 ‘액션’을 외치는 순간에 락의 연기에 시동을 거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뭔가 유전자를 재배열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뭔가가 확 달라지는 거예요. 첫 테이크에 롱테이크로 길게 찍었는데 연기를 정말 완벽하게 했어요. 깜짝 놀랄 정도로요. 저도 그렇고 촬영 감독도 그렇고, 모두를 납득시킨 연기를 한 번에 완벽하게 해냈어요. 신기했죠. 연기하려고 덤벼들기 전에는 머리로 기억하는 게 아닌 거예요.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죠. 준열이는 대부분의 장면을 첫 테이크를 사용했던 것 같아요.”
(Oh! 커피 한 잔③에서 이어집니다.) /mari@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