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재인은 위태롭다. 장재인이라서 위태로운 것이 아니라, 제 음악을 하는 여성 솔로 가수들의 입지는 언제나 그렇다. 그들의 음악이 조명받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지쳐 나가떨어지는 이도 부지기수다.
장재인에게도 '지친' 시간이 있었다. 만 18세에 출연한 Mnet '슈퍼스타K2' 이후 한순간에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갑자기 생긴 괴리감에 힘들어했고 그 과정에서 유명세를 노리고 다가온 이들에게 꽤 많은 상처를 받았다. 스트레스는 곧 근긴장이상증 발병으로 이어졌고 뒤늦은 사춘기가 크게 왔다. 29일 발표된 신곡 '서울 느와르'는 그 과정의 상처를 솔직하게 토로한 노래다.
"미스틱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후 첫 앨범을 낼 때까지, 나는 내가 다칠까봐 먼저 가시를 세우고 있던 고슴도치였다. '슈스케2' 이후 3~4년간 그랬다. 하지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수록 나는 더 상처받고 스트레스를 받더라. 다시 상처받을지언정 미리 겁먹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고, '행복해지자'는 목표를 세워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난해 쯤 '슈스케2' 이전의 밝은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힘을 준 것이 현 소속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수장 윤종신이었다. 호되게 사춘기를 겪던 장재인을 제 회사로 들여 꾸준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줬고, 소속사 수장이자 가요계 선배, 또 음악적 동료로서 격 없이 소통했다. 장재인이 제게 어울리는 음악색을 찾고 꾸준히 길을 탐색하는 시간동안 재촉 없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것도 역시 윤종신이다.
"윤종신은 꾸준히 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 달에 한 곡씩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도 처음에는 무모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그 결과 지난해 '좋니'가 잘 되지 않았나. 뮤지션은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자주 곡을 내야 한다. 윤종신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월간 장재인' 아니라 '주간 장재인'도 가능하다. 하하."
자신의 음악을 꾸준히 한다는 건 얼핏 들었을 땐 쉽지만, 사실 '음원 대박'보다 어려운 일이다. 제 음악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오랜 시간 활동한다는 것은 대중의 사랑과 가수의 능력과 의지, 또 주변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방탄소년단과 윤종신 역시 '꾸준한 음악'의 승리자라는 것이 장재인의 생각이었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200에서 1위를 하는 걸 보면서, 꾸준히 자기들만의 음악을 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느꼈다. 방탄소년단도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윤종신도 30년 가까운 시간 꾸준히 음악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다. 이 모든 건 꾸준함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들을 보며 나 역시 지치지 않고 계속 음악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윤종신은 이번 장재인의 신곡 발표에 앞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울 느와르' 홍보를 이어왔다. 직접 가수 이문세와 김용범 PD에게 연락해 장재인의 첫인상을 물었고, 그 답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손 많이 가는 번거로운 일일 수 있지만 애제자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장재인에게 윤종신은 어떤 사람일까.
"윤종신은 절친한 친구이자 베스트 프렌드다. 음악, 사회, 일상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윤종신 역시 '스승과 제자? 우린 그냥 친구다'라고 말하며 날 편하게 대한다. 사실 난 할 말은 해야 하고 딴지도 거는 성격인데, 윤종신은 그걸 재밌게 봐주는 것 같다. 음악을 듣고 의견을 나누고, 요즘 세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사회나 세대가 어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얘기한다. 최근엔 내가 유행어도 알려주는데, 그 유행어를 가끔 '라디오스타'에서 사용하시더라."
[Oh!커피 한 잔②]에서 계속 /jeewonjeong@osen.co.kr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