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아는 여전히 성장하는 중"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누나)'가 지난 봄 안방의 설렘 지수를 한껏 높이고서 지난 19일 종영했다. 손예진과 정해인이 주인공 커플 진아와 준희를 맡아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200% 일깨웠다.
비현실 비주얼의 현실 로맨스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결과물을 낸 배우들 역시 대만족.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해 '명불허전 멜로퀸' 타이틀을 확고히 한 손예진이 그렇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윤진아, 아니 배우 손예진을 만났다. 3개월 반 동안 윤진아로서 준희와 원없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재회하고 성장한 그였다. 그래서 손예진과 대화를 나누는지 윤진아가 앉아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윤진아로 살았던 손예진의 이야기다.
◆"정해인, 준희 그 자체"
제목 그대로 손예진이 연기한 윤진아는 예쁜 누나 그 자체다. 커피회사 슈퍼바이저로 근무하는 알파 우먼이자 친구 경선(장소연 분)의 동생 준희(정해인 분)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윤진아를 오롯이 그려낸 손예진이다. 그리고 그 파트너가 예쁜 동생 정해인이었기에 시청자들의 대리만족도는 더욱 올라갔다.
"우리 해인이는요(웃음). 연기를 너무 잘해요. 사실 이렇게 잘할 줄 몰랐죠. 너무 유연한 배우예요. 상대를 이해해서 연기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정해인은 너무 빨라서 놀랐어요. 감성이 풍부해서 준희 그 자체였고요.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죠. 앞으로가 너무 궁금해요. 다른 장르, 보여지지 않은 게 훨씬 많으니까요."
"저는 '클래식' 연기할 때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제가 너무 부족해보여서요. 그 때 감독님이 시간이 지나서 잘할 수 있지만 지금 자체로 예쁘다고 해주셨거든요. 저도 이 얘기를 정해인에게 해주고 싶었어요. 멜로물 첫 주인공이라 부담감이 큰 것 같더라고요. 초반 갑작스러운 뽀뽀 연기를 둘 다 못했어요. 그래서 '넌 준희 그 자체인데 어색하게 느끼면 모두 어색해지니까. 그 모습 그대로 편하게 해' 문자를 보냈죠. 이미 성숙하고 바른 사람이라 온몸으로 모든 걸 알고 있지만요."
◆"윤진아, 사실 너무 안쓰러운 캐릭터"
손예진은 5년 반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영화판에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뒤 오랜만에 안방 극장에 돌아온 그를 시청자들은 모두 반겼다. 하지만 스스로는 부담감을 느꼈다고. 그러나 시나브로 손예진은 윤진아가 돼 갔고 '명불허전 멜로퀸' 찬사를 얻어냈다.
"사실 처음부터 '확'이 아닌 서서히 윤진아에게 젖어 들었어요. 아무래도 배우 손예진이 윤진아를 연기하는 거니까요. '얜 왜 이렇지' 완벽하게 이해를 못 하다가 1달째부터 진아가 이해 되더라고요. 진아는 이런 마음이었구나 이해했어요. 그래서 그 사랑이 더 안타깝고 몰입했던 것 같네요."
"진아의 상황들이 참 안타까웠어요. 엄마가 진아에게 주는 고통, 오랫동안 몸 담고 있었던 직장에서 받은 상처, 순간순간 누구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던 선택들요. 힘든 상황을 견디다가 마지막에 뻥하고 물리쳐주길 바랐지만 진아는 못 그랬잖아요. 아픔이 또 반복 되고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안타깝고 짠하게 느껴졌어요."
◆"윤진아가 헤픈 누나? 하하"
'예쁜누나'는 진아와 준희의 아름다운 리얼 연애로 중반까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친구 동생과 사랑에 빠진 진아를 두고 엄마가 온 몸 바쳐 반대했고 주변에서도 이들의 사랑을 곱지 않게 바라봤다. 특히 결말에서는 진아가 준희와 헤어지고 3년 뒤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섭섭하게 만들었다.
"'헤픈누나' 반응이 섭섭하기보다는 그럴 수 있었다고 봐요. 다만 준희랑 헤어진 후 진아는 3년 동안 껍데기처럼 살았다고 생각했죠.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만났는데 헤어진 다음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었겠어요. 준희를 잊기 위해 '그냥' 남자를 만난 거죠. 저 역시 감독님한테 '왜 미국 안 따라가냐'고 할 정도로 해피 엔딩을 바랐어요. 하지만 진아라면 못 따라갔을 거예요."
"이 드라마는 윤진아의 성장기예요. 그럼에도 진아는 아직 다 성장하지 않았죠. 여전히 성장하는 중이에요. 그를 통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행복하고 아팠다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우리 드라마 오랫동안 간직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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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엠에스팀 제공,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