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이 성행하는 이탈리아... 이승우의 정면돌파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05.25 08: 12

인종차별이 성행하는 이탈리아 세리에 A. 이승우 역시 당했다. 그리고 그는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탈리아 '일 코리에르 디 베로나'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이승우는 자신의 골 장면에서 한국인을 비하한 방송 중계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승우는 지난 6일 AC 밀란과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일 코리에레 디 베로나는 "당시 이탈리아의 한 지역 방송이 이승우의 골 장면을 중계하면서 그를 폄하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 전체에 대한 비하를 일삼았다"고 설명했다.

베로나의 운영진인 프란체스코 바레시에 따르면 이승우의 데뷔골 장면에서 해당 방송의 중계진은 '그는 밀란을 상대로 넣은 골보다는 개고기로 만든 샌드위치를 즐겨먹는 선수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고 조롱했다고 한다. 단순히 이승우를 조롱하는 것을 넘어 한국인 전체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남긴 셈이다.
이 사실을 알게된 이승우 측은 이번 사태를 넘기지 않았다. 일 코리에레 디 베로나는 "이승우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서 '나의 명예와 프로선수로 이미지 자체를 훼손시켰다'고 해당 방송을 고소했다"고 전했다.
유럽 빅리그에서 인종차별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악습이다. 특히 이탈리아 세리에 A의 경우 악명이 높다. 밀란 소속이던 케빈 프린스 보아텡의 경우 지난 2013년 1월 이탈리아 프로파트리아와 친선경기를 하던 중 상대팀 팬의 인종차별적 야유를 참지 못하고 관중석에 공을 차기도 했다. 
보아텡은 공을 찬 후 그라운드를 떠났다. 보아텡의 동료인 밀란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도 그의 행동에 동참, 경기는 그대로 중단됐고, 끝내 재개되지 않았다. 보아텡의 경우 결국 2013년 8월 밀란을 떠나 독일 샬케로 적을 옮기기도 했다.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 역시 이탈리아에서 심각한 인종 차별에 시달렸다. 발로텔리가 이탈리아의 유일한 흑인 대표 선수로 발탁되자, 몇몇 경기장에서는 '흑인' 이탈리아인은 없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발로텔리는 "나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서 자란 이탈리아인이다. 만 18세 이후로는 법적으로도 이탈리아 국적인 성인이 됐다. 그러나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검은 피부를 아직도 열등한 색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블레이즈 마투이디와 셜리 문타리도 인종 차별에 시달렸다. 특히 페스크라 소속으로 뛰던 문타리의 경우 칼리아리와 경기에서 인종 차별 구호를 견디지 못하고 시합 도중 경기장을 벗어나기도 했다. 당시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경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문타리를 징계하려다 선수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미키 바추아이(도르트문트)는 지난 2월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아탈란타 팬들의 인종차별 멘트를 듣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처럼 이탈리아 내부에서 인종차별적 멘트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유럽 어느 리그에서나 인종차별 발언은 있다. 하지만 유독 이탈리아에서 심한 배경에는 이탈리아 축구협회가 인종 차별 발언을 방관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크다. 
문타리도 직접 영국 'BBC'와 인터뷰서 "세리에 A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는 인종 차별을 두고 처벌이 크다. EPL에서는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 팬들이라도 가차없이 처벌하고 구단 역시 기소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카를로 타베키오 전 이탈리아축구협회 회장이 직접 세리에 A의 질적 저하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EPL에서는 프로같은 외국인 선수가 뛴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옵티 포바(흑인 선수를 멸시하는 가명)의 외국인 선수가 라치오에서 주전으로 뛰며 바나나나 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리그에서도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토트넘의 손흥민 역시 밀월과 FA컵 경기에서 개고기와 불법 DVD 등 여러 한국인 비하 발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축구협회나 구단들의 수수방관으로 인해 인종차별이 더욱 관습화되고 성행하고 있다.
이승우 측은 소송이라는 카드를 통해 이탈리아 내부의 인종 차별에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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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승우 국대 훈련, 밀란 시절 보아텡과 발로텔리, 유로파리그 경기 당시 바추아이(위로부터) = OSEN DB  /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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