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인피니트의 엘이 잠시 아이돌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배우의 옷을 입었다. 엘이라는 이름 대신 자신의 본명 김명수로 활동, 주연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김명수는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로 1년여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는데, 전작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과는 또 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미스 함무라비’는 이상주의 열혈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분),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초엘리트 판사 임바른(김명수 분),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 판사 한세상(성동일 분), 달라도 너무 다른 세 명의 재판부가 펼치는 생활밀착형 법정 드라마다. 김명수의 전작이었던 사극 ‘군주’와는 전혀 색깔이 다른 드라마다.
‘군주’는 세자 이선과 한가은, 천민 이선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성장을 그린 드라마로, 김명수는 이 드라마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돌의 저력을 확인시켜줬다.
김명수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 호평을 받으며 성장을 보여주기도. 천민과 왕의 신분을 넘나들고 야욕을 키워가며 광기에 물드는 이선의 변화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인피니트 엘보다는 ‘배우 김명수’의 모습이 더 보인다. 김명수가 극 중 맡은 역할은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초엘리트 판사 임바른.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얼굴을 하다가도 박차오름(고아라 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치즈케이크를 선물하는 달달한 면모를 매력적으로 표현하며 여심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부정청탁을 하러 온 국회의원의 부탁을 거절, 국회의원이 판사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두고보자고 하자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습니다. 제 옷을 벗기고 싶으시면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부터 하셔야 합니다”라고 한 마디 날리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김명수가 배우로서의 무게감을 보여준 것은 물론 임바른이 어떤 캐릭터인지 한 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강렬한 연기였다.
이에 반해 박차오름 앞에서는 반전의 모습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잠도 제대로 못하고 사건 정리를 하던 박차오름이 결국 코피를 쏟자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츤데레 면모부터 테니스를 치다 박차오름에게 날아오는 공을 얼굴로 막는 등 매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냉철하고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반전 있는 임바른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극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명수.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 반갑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미스 함무라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