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짧은 기간에 몸무게 10kg을 줄인다는 게 보통 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배우 조진웅은 독하게 살을 뺐다. "캐릭터에 도움이 되기 위한 의상이니까"라고 했다. 그래서 조진웅은 충무로 특급배우 반열에 올랐고 프로배우로서 한 점 부끄러울 게 없는 인물이다. 연기에 임할 때만큼은 독해지니까. 그런 그가 내놓은 새 영화가 바로 '독전'이다. 뜻은 다를지언정 소리는 한 가지, 독해서 독전이다.
조진웅은 '독전'을 위해 체지방만 10kg를 몸에서 덜어냈다. 왜?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 조진웅은 실체 없는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미친 형사 원호 역을 맡아 전무후무한 인생 연기를 선보인다. 독한 형사가 온 몸에 체지방을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진 않는다. 눈에도 독기, 말에도 독기, 몸짓 하나하나에 독기가 서린다. 깡 말라야 제격이다. 평소 후덕한 몸매와 따뜻한 마음씨로 사랑받던 조진웅은 영화 '독전'에선 그냥 일에 미친 형사다. 100% 완벽하게 변신했다
조진웅은 이번 작품 속에서 1인 3역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다. 마약 조직의 실체 없는 거물 '이선생'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고군분투하는 형사 원호와 공조를 위해 아낌없이 몸을 던지기까지, 조진웅의 활약은 '독전'의 모든 것이다.
특히 조진웅은 독한 영화 '독전'을 위해 독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조진웅은 "감독님이 원호가 단단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단단하게는 안 되겠는데'라고 했다. 그랬더니 '슬림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슬림하게도 못 하겠다고 했다. 그쯤 되면 다른 감독님들은 대충 '그냥 갑시다'라고 하는데, 이해영 감독님은 팔 운동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며 "거기서 화가 나서 다이어트 하겠다고 했다. 말을 던져놨으니까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다이어트를 결심한 계기를 전했다.
체지방만 약 10kg를 감량했다는 조진웅은 "몸무게 차이는 얼마 안 난다. 체지방이 많이 빠져서 몸의 균형이 맞게 됐다. 지금은 다시 제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 너무 행복하다. 하루에 라떼 2잔이나 마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원호 캐릭터가 아무리 생각해도 후덕한 건 안 맞겠다고 생각했다. 뭔가 예민한 점이 있을 테니까 후덕하다든지 푸근하다든지 그런 느낌은 안될 것 같았다"며 "예민하면서도 분명히 그 안에 휴머니티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해석한 후 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조진웅은 "사실 결말 때문에 달려오긴 했다. 결말에 편집이 됐는데 혹시 영화가 잘 되게 된다면 감독판에서는 그 부분을 꼭 넣어달라고 한 장면이 있다"며 "노르웨이까지 스물 몇 시간이 걸렸다. 설원 눈밭을 한참 혼자 달리다가 그 장면을 연기하게 됐는데 '왜 배우가 됐어?', '왜 사는 것 같아?'라는 질문을 받는 것 같더라"고 영화의 숨겨진 결말에 아쉬움을 전했다.
'독전'에서 조진웅과 류준열은 멜로보다 더 뜨겁고 강렬한 케미스트리를 선사한다.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미친 형사 원호와 마약 조직에게 버림받고 원호와 손을 잡은 조직원 락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조진웅과 류준열의 만남은 충무로를 홀릴 최고의 브로맨스의 탄생을 알린다.
조진웅은 류준열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내가 (류)준열이를 좋아하나봐"라고 운을 떼 웃음을 자아냈다. 조진웅은 "작업을 하면서 케미스트리를 얘기를 하지 않나. 남자끼리 그런 말 하는 거 제일 싫어한다. 락과 원호가 우연히 공조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사실 시나리오 상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며 "그런데 감독님이 어느 지점에서인가부터 저한테 '마치 형 같았으면 좋겠다'고 디렉션을 내렸다. 그랬더니 많은 부분이 풀리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의 입장에서 락은 제가 잡으려는 단체의 일원이다.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게 맞는데 감독님이 '안쓰럽게 쳐다보는 형같으면 어떨까'라고 하니까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됐다. 감독님의 디렉션이 허를 찌르는 느낌이었다"며 "가끔은 락에게 류준열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가 준열이를 좋아하게 되더라. 형사가 절대 공조를 한다고 해서 용의선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품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독전'은 용산역 등 친근한 장소에서부터 노르웨이 설원 등 자연의 장관이 독특한 질감의 감정을 선사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노르웨이 촬영이 기억에 남는다는 조진웅은 "첫 장면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지지고 볶고 싸우고 찢어지는 장면들은 결말을 위한 전사라고 생각한다"며 "노르웨이 촬영분이 '독전'의 마지막 촬영 분량이기도 했다. 정말 잘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북유럽은 너무 멀어서 학을 뗐는데 참 좋아졌다. 하지만 두 번 가고 싶지는 않다"고 혹독한 북유럽 촬영의 고충을 토로했다.
조진웅은 마약 흡입 연기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조진웅은 "마약을 흡입하는 연기를 위한 가루는 따로 있었다. 흡입을 하면 화한 박하향이 나는 소품이 있더라. 그런데 카메라로 잡았을 때는 마약처럼 안보여서 소금을 해놨던 모양이다. 컷을 안 하시니까 당연히 소품 가루인 줄 알고 흡입을 했다"며 "소금을 흡입하니까 너무 죽겠더라. '잠깐만요' 하고 화장실에 갔는데 눈이 너무 좋았다. 눈이 완전히 빨갛게 충혈돼서 정말 약을 한 사람 같았다"고 웃었다.
이어 "얼굴 신만 촬영할 때는 소품 가루를 사용하니까 맛이 안 살더라. 소금을 달라고 해서 소금으로 했더니 정말 좋더라. 조금 더 리얼하게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소금을 이용해서 살려낸 컷이다"라고 소금이 큰일을 해낸 뒷이야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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