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2007)으로 배우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안겼고 영화 ‘시’(2010)로 각본상을 수상하며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임을 입증했던 이창동 감독. 8년 만의 신작 ‘버닝’(2018)도 반드시 수상할 것이라는 일종의 믿음이 있었는데 칸영화제가 그걸 깨버렸다.
믿을 수 없는 이 같은 결과에 영화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부터 제작사, 배급사 등 ‘버닝’을 위해 한마음으로 달려왔던 국내 영화인들에게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71회 칸 국제영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19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일본 영화 ‘만비키 가족’(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이 감독의 ‘버닝’이 올해의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 받으면서 어떤 평가를 얻고, 어떤 상을 받을지 관심사였다. 물론 16일 오후(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첫 공개되면서 전 세계 유수의 평단에게 역대급 호평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스크린데일리에서 3.8점(4점 만점), 아이언시네마에서 3.9점(5점 만점)을 매겼기 때문.
그러나 높은 평점은 단지 숫자에 불과했다. 평점과 수상 여부는 일말의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이 ‘버닝’을 통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버닝’은 전 세계 전문영화비평가 및 영화기자 단체로 구성된 국제비평가연맹이 주는 ‘비평가 연맹상’과 ‘벌컨상’(신점희 미술감독)을 수상하면서 본상 불발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벌컨상은 촬영감독이나 미술감독 등 기술 스태프에게 주어지는 칸영화제의 번외 특별상이다.
이창동 감독의 칸영화제 수상은 공식과도 같았다. 앞서 영화 ‘초록 물고기’(1997)가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박하사탕’(2000)이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됐었기 때문. 앞서 언급한 대로 ‘밀양’(2007)이 여우주연상, ‘시’(2010)가 각본상을 받으며 3연속 수상에 힘을 실었다.
이 감독은 또 지난 2011년 열린 제64회 칸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 장편 심사위원장을, 2009년 열린 제62회 칸영화제에서는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었다. 칸이 사랑하는 한국의 이창동 감독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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