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연기 생활을 하면서 항상 때가 탔던 거 같다.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그 순간에 매몰되고 집중한 순간이 많았던 거 같은데 (‘버닝’의 작업환경을 통해)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유아인은 18일 오전(현지시간) 칸 마제스틱 비치호텔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이 같은 감회를 전하며 지난 15년간의 배우 생활을 반추했다.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왔던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을 만나 배우 인생 2막을 열어젖혔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한국계 미국배우 스티븐 연, 신인배우 전종서와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세 사람은 마치 알고 지낸 듯 최상의 호흡을 발휘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종수 역을 맡은 유아인은 “감독님과 배우들은 (작품 속 가상의)세계를 표현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목표가 있다. 배우는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의구심을 갖기 않아야 한다”면서 “이창동 감독님의 작업현장은 이런 것들이 지켜졌다. 제가 예전부터 유독 기다려왔던, 만나고 싶었던, 꿈꿔왔던 현장이라 촬영 전부터 기대를 갖고 임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일본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반딧불이-헛간을 태우다’를 각색한 ‘버닝’은 원작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이창동 감독만의 독특한 창작 방식을 더한 연출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현실,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담았다는 점에서 청춘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아인은 “제가 (배우라는)직업인으로 살아오고 있지만 제 나름의 고충은 있었다. 청춘의 다양한 순간들에서 혼란스러움도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며 “(종수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제 개인적인 경험에 기인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진 않았다”고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책임감을 갖고 동시대 청춘들의 아픔 표현하고 싶었다. 제가 아끼는 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는 과정을 가졌다. 원래 친한 사람들이 형이나 누나들인데, 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숙이 얘기를 나눴다. 덕분에 제 삶의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은 사극과 범죄 스릴러 등의 영화에서 극한의 감정을 넘나드는 캐릭터 연기를 선보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에 그는 “그동안 익스트림한 감정 연기를 요구하는 현장이 많이 않다. 사실 (‘버닝’처럼) 모든 요소들이 균형감 있게 흘러가면서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는 현장은 찾기 쉽지 않다. 정해진 쇼트 안에서 어느 배우가 더 강렬한 에너지를 뿜느냐는 현장이 많다. 보통 종수처럼 (감정변화가 없는)연기를 하면 (감독님 및 제작진)‘그게 슬픈 거냐? 기쁜 거냐?’고 물으신다. 항상 그렇게 (감정표현이)힘든 과정들이 많았다”고 나름의 고충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의 행보는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걷고 싶다고 말한다.
“저는 좋은 시나리오를 받고 싶다. 예전에는 힘차게 달려왔지만 이젠 정성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싶다. 단순히 제 커리어를 관리하는 명목에서가 아니라 관객에 대한 예의로써 흥미롭고 다양한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 매 작품마다 앞선 캐릭터를 지우고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젠 종수를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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