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12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오늘(19일, 현지시간) 폐막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 수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내놓은 신작 '버닝'은 뜨거운 호평과 높은 평점으로 수상에 무게를 실리고 있다.
'버닝'은 아이온 시네마에서 5점 만점에 3.9점, ICS(인터내셔널 시네필 소사이어티)에서 모든 영화 중 가장 높은 점수인 5점 만점에 4.83점, 칸 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에서 역대 최고 점수인 4점 만점에 3.8점 등 '역대 최고 평점'이라 할 만한 점수들을 기록했다. 더불어 로튼토마토 100%를 기록하는 등 평단의 호응이 뜨겁다.
그런데, 이미 알려졌다시피 수상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평점보다는 심사위원들의 성향이다.
지난 해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더 스퀘어'는 중간 순위의 평점에도 칸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으며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010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엉클분미'는 중상위권에 해당하는 2.4점을 기록했던 바다.
그런가하면 '버닝'에 앞서 스크린 데일리 최고 평점을 받았던 '토니 에드만'은 어떤 상도 수상하지 못했고, 2016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역시 2.4점을 받았다.
2016년에는 황금종려상은 아니었어도 심사위원 대상의 영광을 평점이 형편없었던 '단지 세상의 끝'이 차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즉 '평점=수상'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대신 황금종려상 등 수상 여부는 심사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들의 결정으로 이뤄진다. 한 마디로 상을 주는 것은 '심사위원들 마음'이기 때문에 수상이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단은 케이트 블란쳇을 위원장으로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총 9명의 심사위원 중 5인이 여성 심사위원으로 꾸려져 있는 것이 한 특징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창동'이라는 브랜드다. 평점과 관련없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도 사실 이창동 감독의 이름이 갖는 힘이다. 앞서 이창동 감독은 '밀양'과 '시'로 각각 여우주연상, 각색상 등 두 번이나 칸의 트로피를 받았던 바다.
그런 점에서 이창동의 수상 여부는 오히려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꼭 황금종려상을 조준할 필요는 없다. 이미 전세계 평단이 그 가치를 인정한 '버닝'은 그간 칸 황금종려상의 흐름을 볼 때 심사위원대상이나 감독상에 더욱 적합하다는 의견도 크다.
그런가하면 이창동 감독은 '버닝'의 수상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꼭 상을 받아야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며 "높은 평점도 제게 큰 의미가 없다(웃음). 평점은 평점이다..전 세계 관객들이나 평단이 제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좋다고 말해주시는 건지 잘 모르겠다(웃음)”고 호평에 겸손한 태도를 드러냈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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