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폐막을 앞둔 가운데,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대한 수상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오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의 폐막식이 열린다. 12일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축제를 마무리하는 이날 폐막식에서는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남녀 주연상 등 영광의 주인공들이 가려진다.
올해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진출한 '버닝'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지난 16일 칸에서 첫 공개된 '버닝'은 현지 언론은 물론, 해외 유력 매체와 평단의 극찬을 싹쓸이 중이다. 무엇보다 칸 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에서 칸 역대 최고 평점인 3.8점(4점 만점)을 매기면서 '버닝' 수상에 대한 기대가 무한대로 치솟고 있는 중.
또한 프랑스, 독일, 중국 등 10개국의 평가를 취합한 스크린 데일리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아이온시네마, 스페인 영화 전문 사이트 투다스 라스 크리티카스, 21명의 패널들이 모인 ICS(인터내셔널 시네필 소사이어티, International cinephile society)역시 '버닝'에 최고의 평점을 연이어 매겼다.
물론 평점은 칸영화제를 읽는 하나의 지표일 뿐, 수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금까지 칸영화제는 평점과 아무 상관없이,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따른 수상 결과를 발표해 왔다. 평점이 높은 작품이 칸 수상의 영광을 얻은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반대 경우도 많았다.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Its only the end of the world)'은 1.4점의 평점을 받는 등, 공개 후 각종 혹평에 시달렸지만 2위격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칸의 총아'라 불리는 자비에 돌란의 영화가 언론과 평단의 혹평을 받았을지언정, 칸과 심사위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기 때문이었다.
'버닝'의 경우도 수상을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들이 예년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런 가운데 '버닝'이 칸 최고 평점을 기록하는 등 다른 작품들에 비해 뛰어난 찬사를 받고 있어 수상 가능성이 높게 예상된 것은 사실. 그러나 수상 결과는 그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 황금종려상 후보로는 레바논의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12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레바논의 현실을 그린 '가버나움'은 지난 17일 공식 상영돼 15분의 기록적인 기립박수를 받았다. 극 중에서 자신의 부모를 고소한 소년을 연기한 자인 알 라페아의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예측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칸영화제가 현재 여성 감독과 여성 영화인의 연대를 주목하고 있고,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리모가 여성 감독과 여성 영화인들의 수상을 높이겠다고 천명한 만큼, 뛰어난 작품을 선보인 나딘 라바키의 수상이 유력시 되고 있는 것.
'버닝' 역시 수상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이창동 감독이 앞서 '밀양'과 시'로 여우주연상, 각본상을 품에 안으며 경쟁 부문에서는 어김없이 수상에 성공했다. 올해도 '버닝'으로 3연속 경쟁 부문에 진출한 만큼, 이창동 감독의 3연속 수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수상작들은 19일(현지시각) 오후 3시께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칸영화제 집행부는 수상 예정작의 감독과 배우에게는 폐막 약 4시간 전인 오후 3시께 폐막식 참석을 요청하는 전언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칸 집행부의 폐막식 참석 요청은 곧 수상이라는 시그널이다. 과연 이창동 감독 등 '버닝' 팀이 폐막식에 앞서 칸의 귀띔을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편 칸영화제는 19일 오후 7시 폐막식을 열고 12일 간 축제의 막을 내린다. 올해는 '버닝'이 수상으로 한국 영화 낭보를 알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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