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일본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반딧불이-헛간을 태우다’를 각색한 ‘버닝’은 원작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 감독만의 독특한 창작 방식을 더한 연출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창동 감독은 18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마제스틱 비치호텔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우리 영화가 청춘의 분노를 그린 것만은 아니다. 종수와 벤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라며 “청춘의 분노로 규정되는 거 같은데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 젊은이들이 벤과 종수의 중간 어디쯤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종수(유아인 분)와 벤(스티븐 연)은 집안 배경부터 살아온 과정까지, 완전히 상반된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종수가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가업을 이어가는 반면, 서울 강남에 사는 벤은 별다른 직업이 없이도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호의호식한다.
이에 이 감독은 “종수가 사는 파주라는 곳이 한국에서 점점 없어지는 공간이다. 농촌 공동체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거다”라며 “하지만 서래마을에 사는 벤은 세련되고 여유 있고 원하는 걸 누리면서 산다. 어떤 이유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젊은이들은 아마 그 사이에 있을 거다”라고 재차 설명했다.
“세 젊은이(종수-해미-벤)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구들이다. 그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초반엔 ‘벤이 누구?’인지를 따라가지만 결국은 ‘종수는 누구지?’와 연결이 된다. 단순한 질문을 통해 미스터리가 더 많은 질문으로 확산되면서 심화시키고 싶었다.”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연출 방향에 대해 “저는 원래 배우들의 준비된 연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준비해서 표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세 배우들이 캐릭터를 맡아 자신이 느낀 감정을 찾아가게 하고 싶었다. 미스터리 장르이다 보니 인물들의 작은 표정 하나에도 내적동기가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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