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영화의 문법을 따라갔다면 지금처럼 찍으면 안 되겠죠.(웃음). 저는 최대한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강화하고, 끝까지 폭발력을 유지하며 마지막에 가서 터뜨리고 싶었어요.”
이창동 감독은 18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마제스틱 비치호텔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이 같은 말로 자신의 영화를 설명했다.
‘버닝’(감독 이창동, 제작 파인하우스 필름)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범죄 스릴러를 표방하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 보는 이들의 공감도를 높였다.
‘버닝’은 지난 16일 오후 6시 4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전 세계 평단 및 관객들에게 첫 공개됐다. 상영 후 아이온시네마에서는 3.9점(5점만점)을, 스크린에서는 3.8점(4점만점)을 받았다.
이 감독은 수상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평점은 제게 큰 의미가 없다(웃음). 사실 상 받아도 제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평점은 평점이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버닝’에 관습적인 것을 넣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야만 관객들이 미스터리를 더 제대로 받아들이게 될 것 같았다”며 “전 세계 관객들이나 평단이 제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고 좋다고 말해주신 건지 잘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 감독은 영화 외적인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작품 외적인 논란을 신경 안 썼다면 거짓말이다. 미안한 것도 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반딧불이-헛간을 태우다’를 각색한 ‘버닝’은 원작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창동 감독만의 독특한 창작 방식을 더한 연출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감독은 그러나 “우리 영화가 꼭 청춘의 분노를 그린 것만은 아니다. 종수와 벤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라며 “한국의 젊은이들이 벤과 종수의 어디쯤 있을 거다. 이젠 파주라는 장소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공장과 전원주택이 들어서며 없어지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습성이나 모습이 남아 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종수와 벤은 나이대가 비슷한 청춘이지만 각각 파주, 강남에 살며 벌어진 계층차이를 보여준다.
결국 이 감독은 ‘버닝’이 미스터리 스릴러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관객들이 처음엔 벤이 누구인지를 따라가지만 결국은 종수는 누구지와 연결이 된다”며 “젊은이 세 명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이다. 그들의 삶 속에서, 각자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싶었다. 해미는 어디 갔을까, 벤은 누구인가 라는 단순한 질문을 통해 미스터리가 더 많은 질문으로 확산되거나 심화되길 바랐다”는 연출 방향을 전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연출 방향에 대해선 “저는 원래 배우들에게 연기를 맡기는 스타일이다. 뭔가 준비해온 걸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배우로서 캐릭터를 맡아 자신의 감정을 찾아가게 하고 싶다. 이번엔 미스터리다 보니 인물들의 작은 표정 하나에도 내적동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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