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이창동 감독님과의 (영화 촬영)작업을 예전부터 늘 기대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유아인은 18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마제스틱 비치호텔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감을 밝히며 “생애 처음으로 칸에 진출했는데 기분이 어떠하느냐”라는 질문에 “얼떨떨하다. 그래도 아직은 (사진)플래시가 터지면 긴장된다. 옛날에는 레드카펫에 서는 자리나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들을 즐겼었는데 여기서는 정말 긴장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버닝'의 작품상이나 연기상 등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심사위원)케이트 블란쳇에 물어보시는 걸로(웃음). 저도 그 분들의 속내가 궁금하다(웃음).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들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이창동 감독님이나 ‘버닝’에 좋은 순간들이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저는 (배우상은)잘 모르겠다. 심사위원들이 결정해주시는 거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버닝’(감독 이창동, 제작 파인하우스 필름)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다.
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가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종수 역을 맡은 유아인은 이어 “감독님과 배우들은 (작품 속 가상의)세계를 표현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게 있다. 배우들은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의구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라며 “이창동 감독님과의 작업은 그런 것들이 지켜졌다. 제가 예전부터 유독 많이 기다려왔던 작업이고, 꿈꿔왔던 자리라 많은 기대를 갖고 임했던 거 같다”고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반딧불이-헛간을 태우다’를 각색한 ‘버닝’은 원작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창동 감독만의 독특한 창작 방식을 더한 연출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어 유아인은 “저는 영화 ‘완득이’ 때부터 (좀 더 많은)관객들과 크게 만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익스트림한 감정 연기를 요구하는 현장이 많이 있었다. 사실 (‘버닝’처럼) 모든 요소들이 균형감 있게 흘러가면서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는 현장을 찾기 쉽지 않다. 정해진 쇼트 안에서 누가 더 강렬한 에너지를 뿜느냐는 현장이 많다”라며 “보통 종수처럼 (감정변화가 없는)연기를 하면 ‘그게 슬픈 거냐? 기쁜 거냐?’라고 물으신다. 항상 그런 (과한 감정표현이)힘든 과정이 많았다. 저는 리얼리티와 실제를 구분해야 하는 게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님의 작업현장은 진짜 제가 만나고 싶어 했던 영화 촬영장이었다. 누구라도 이 세계에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어제 얘기했듯, 때가 벗겨지는 기분? 해갈되는 기분이었다”며 “(배우로서)항상 연기하면서 때가 탔던 거 같다.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너무 그 순간에 매몰되고 집중한 순간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 또 다른 나를 발견했던 거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좋은 시나리오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전에는 정말 힘차게 달렸다면 이제는 정성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싶다”며 “단순히 제 커리어를 관리하는 명목에서가 아니라, 관객에 대한 예의로서 흥미롭고 다양한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아인이라는 이미지들을 너무 깊숙이 펼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바로 앞선 작품의 캐릭터를 깨고 지우려고만 했었다. 매번 극단적인 다름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젠 종수를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사진] 호호호비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