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이 아버지라면 어떤 모습일까. 영화 ‘레슬러’에서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로 분한 그는 현재 아버지는 아니지만 부모의 나이가 되어가며 비로소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영화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지 20년.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씨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하며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아들, 형제 자매의 관계를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유해진은 극 중 과거 레슬링 국가대표였지만 이제는 동네 체육관을 운영하며 홀로 아들의 뒷바라지에만 전념하는 20년차 살림 9단 귀보 역을 맡아 아들 바보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이렇게 장성한 아들의 아버지 역은 처음이라는 그는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레슬러’를 촬영하며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직 가정을 꾸리기 전이지만 극 중 캐릭터와 실제로 비슷한 나이대인 유해진은 귀보의 상황이 공감이 갔냐는 질문에 “길거리에 가다가 애기들 부모님들을 보면 제가 느끼는 감정들이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 저러면 부모가 속상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저도 부모 입장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것이 굉장히 달라졌다. 예전보다는 깊이 있게 생각을 해보는 것 같다. ‘우리 엄마가 그랬었겠구나’라고. 사실 저도 못 박는 말을 많이 했다. 그게 엄청난 말이었구나 싶더라.”
참바다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던 tvN ‘삼시세끼’에서도 유해진은 이런 저런 집안일들을 척척해내며 ‘살림러’로서의 면모를 뽐낸 바 있다.
“‘삼시세끼’ 때는 그건 반 오락프로그램인데도 ‘옛날 엄마들 엄청 힘들었겠구나’를 느꼈었다. 그런 것처럼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진짜 이런 이야기하면 부모 입장에서 말은 안 해도 엄청난 상처가 되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는 것 같다. 저도 자식은 없지만 부모님의 나이 드셨을 때의 나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생각하는 게 철없이 술 먹고 까불 때와는 다른 것 같다.”
‘레슬러’에서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이후 나문희와 오랜만에 현실 모자로 호흡을 맞춘 그는 “촬영하면서도 나문희 선생님 대사 중에 공감 가는 것이 많았다. ‘너는 네 아들 20년 키웠지. 나는 40년 키웠어’ 이게 아마 감독님의 어머님이 하셨던 말씀일거다. 살아있는 말들이다. 그런 대사를 통해서 그런 것들이 많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깊이 있게 못 느껴졌다면 제가 나이가 차서 그런지 그런 말들이 깊이 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시늉이고 흉내지만”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유해진은 실제로는 어떤 아들이었을까. 자신은 못된 아들이었다고 고백한 그는 “저도 속 썩이는 아들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 연극 한다는 자체도 많이 반대를 하셨고. 지금 생각하니까 다 이해가 가는데 그때는 왜 아들이 한다고 하는데 왜 못하게 하지라는 시선이었다면 지금은 아 흔쾌히 오케이 하기는 어렵지 라는 시선이 생겼다. 그런 부분에서 속을 많이 썩였고 그런 것에 대한 반항도 많았다. 그래서 아들이 잘되는 것을 보고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는 너무 일찍 돌아가셨고. 전체적으로 좋은 아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mk34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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