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 이토록 잡음이 많았던 드라마도 흔치않다. tvN '나의 아저씨'가 여러 논란을 딛고 결국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시청률과 화제성, 무엇보다 작품성 찬사를 받으며 17일 안방을 떠났다.
지난 3월 21일 첫 방송된 '나의 아저씨'는 '시그널', 미생'을 만든 김원석 PD와 '또 오해영' 박해영 작가의 합작품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어벤저스' 급 제작진 덕분에 업계가 주목하는 작품이 '나의 아저씨'였다.
이 때문에 배우 라인업도 탄탄했다. 이선균, 아이유, 박호산, 송새벽, 고두심, 이지아, 김영민, 신구, 손숙, 장기용, 박해준, 오나라, 정재성, 나라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당연했다.
◆기대감→논란으로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퍼진 미투 폭로 운동으로 '나의 아저씨'는 작품이 가진 기획의도와 진정성에 의심을 받기도 했다. 제목에서 주는 부정적인 느낌은 물로 40대 아저씨 동훈(이선균 분)과 20대 여자 지안(아이유 분)의 관계가 모호한 터라 아무래도 미심쩍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이 아이유라서 더 그랬다. 그는 과거 가수로서 낸 앨범이 로리타 논란에 휩싸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가수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으로서 '나의 아저씨'에 합류하게 됐지만 로리타 논란의 꼬리표는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게다가 오달수 쇼크가 터지고 말았다. 방송을 한 달 앞둔 2월, 오달수는 20년 전 성추행 사건으로 미투 폭로 가해자로 지목됐다. 결국 그는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됐고 급히 박호산이 대체 배우로 투입됐다. 일찌감치 촬영을 시작한 제작진으로서는 이보다 더 큰 악재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3월 21일 첫 방송됐는데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사채업자인 광일(장기용 분)이 지안(이지은 분)을 무차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이를 두고 지나치게 가학적이라는 지적과 폭력을 애정으로 미화시켰다는 비난이 집중됐다.
결국 이 안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상정됐다. 논란에 제작진은 긴 호흡으로 드라마를 봐 달라고 입장을 발표했지만 방송 초반이라 이 같은 변명은 시청자들을 뿔나게 했다. 방통심위 위원들 역시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해 여러 차례 의결보류를 결정하며 진지하게 대했다.
◆논란→입소문으로
이러는 사이 '나의 아저씨'는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뭔데 이렇게 핫하냐"는 호기심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호평이 맞물린 이유에서다. 문제작이 인생작으로 변할 조짐이 생긴 것이다.
3.9%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한 '나의 아저씨'는 논란과 화제, 비판과 인기를 동시에 끌며 점차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렸다. 6회에서 4.0%대를 넘어섰고 10회는 5.8%로 껑충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17일 마지막 회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7.4%까지 찍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 인생작으로 남았다는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다. 제작진이 자신했던 것처럼 동훈과 지안, 아저씨와 젊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서로를 통해 치유하는 사람 이야기라는 진심이 통한 셈이다.
김원석 PD 특유의 따뜻한 연출과 박해영 작가의 심금을 울리는 대사가 시너지 효과를 이뤘다. 여기에 배우들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제몫을 다해내며 최고의 성과를 함께 이뤄냈다. 조연과 단역까지도 리얼한 일상 연기로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던 바다.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하겠다는 '나의 아저씨' 군단의 메시지는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가상의 동네지만 어딘가 있을 것 같은 후계동, 그 안에서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나의 아저씨'는 떠났지만 이 작품이 남긴 여운은 안방에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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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