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1주년 상영회②] '불한당', 외면받은 수작이 영원히 기억되는 방법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5.18 07: 06

영화는 외면받았던 척박한 땅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꽃피울 수 있는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개봉 1주년 기념 상영회 '땡큐 어게인(Thank You Again)'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주는 자리였다.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21관. 600석에 달하는 영화관을 이른바 '불한당원'들이 가득 채웠다. '불한당'의 포스터에서 설경구와 임시완이 푸른 빛깔의 슈트를 맞춰입었던 것처럼, 불한당원들 역시 '블루'로 드레스 코드를 맞췄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영화관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흡사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열기였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자 드넓은 상영관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곧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그 흔한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이미 '불한당'에 감겨(감기다, '불한당'에서 '내편으로 끌어들이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은어)버린 팬들은 적게는 수차례, 많게는 수십차례 영화를 곱씹고, 분석했을 터다. 그러나 극장은 마치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들이 모인 것처럼 고요한 공기만이 흘렀다. 
두 남자가 서로를 믿고, 의심하고, 배신하는 이야기가 극에 치달을 수록 불한당원들은 영화에 더욱 빠져들었다. 이윽고 묵직한 엔딩과 함께 '불한당'의 타이틀이 또 한 번 스크린을 장식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한재호(설경구)와 조현수(임시완)의 광기 어린 믿음과 배신의 대서사시에 불한당원들은 또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터진 박수는 엔딩크레딧까지 5분 가까이 계속됐다. '불한당'이 준 여운에 젖어든 불한당원들은 영화와 배우들, 스태프들을 향해 헌사를 바치듯 열광적인 박수를 이어갔다. 뜨거운 박수는 응원처럼 번져갔다. 팬들은 엔딩크레딧에 흘러나오는 OST 박자에 맞춰 멈추지 않고 박수를 쳤다. 불한당원이 아니더라도 가슴 뜨끈해지는 순간이었다.
'불한당'은 사실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한 불운의 영화다. 개봉 직후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이 SNS상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고, 영화는 덩달아 혹평의 대상이 됐다. '불한당'을 향한 무자비한 평점 테러가 이어졌고, 관객들은 영화를 외면했다. 자연스럽게 상영관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인기작들과 교차상영하는 이른바 '퐁당퐁당 상영'의 굴욕까지 떠안아야 했다. 
결국 '불한당'은 개봉 약 한달 후인 6월 말 약 93만 명의 관객수로 종영했다. 그러나 이는 '불한당'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불한당'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관객들, 그러니까 불한당원들은 단체관람으로 '불한당'의 생명력의 불씨를 피워냈다. 불한당원들은 대관, N차·단체 관람 등을 통해 영화를 반복해서 향유하기 시작했고, '불한당'은 개봉 약 1년 후에도 관객수 2만 여명이 증가했다.
"'불한당' 전과 후가 달라졌다." 영화에서 병갑 역을 맡았던 김희원의 말이다. 그렇다. 김희원의 말처럼 '불한당'의 전과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설경구는 '지천명 아이돌'이 됐고, 현재 군복무 중인 임시완은 배우로서의 진가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김희원부터 전혜진, 특별 출연한 허준호까지 아이돌 팬덤을 방불케하는 아가페적인 사랑을 몸소 체험했다. '불한당의 아버지' 변성현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불한당' 그 자체다. 외면받았던 '불한당'은 불한당원들의 계속 되는 응원과 지지, 사랑을 자양분삼아 쑥쑥 자랐고, 마침내 더욱 화려한 꽃을 피워냈다.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유의미한 기적이다. /mari@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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