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원회에서 세월호 보도 장면을 인용한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에 대해서 전체회의에 과징금 부과를 건의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방통심의위에 출석한 MBC 예능국 관계자들 역시 고개를 숙였다.
17일 오후 서울시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 27차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전참'에 대한 의견진술이 이어졌다. 이날 의견진술에는 MBC 권석 예능 본부장, 예능 부국장 전진수, 예능 5부장 최윤정 CP가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전참시'에서 문제가 된 것은 지난 5일 방송분. 이날 방송에서 출연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서 세월호 보도 장면을 인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극우성향 사이트 '일베'에서 세월호를 비하할 의도로 어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만큼 시청자들의 비난은 거셌다.
MBC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전참시'의 문제가 된 방송부분을 해당 조연출이 편집했지만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려는 고의성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연출, 담당 연출, 부장,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고, 이 사건을 조연출 개인의 과실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 이후에도 시청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수많은 뉴스 장면 중에서 세월호 속보 화면을 선택한 맥락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한 전진수 부국장 역시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의 미흡함에 대해서 변명했다. 전 부국장은 "조사 내용 발표한 후에도 여전히 시청자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 조사가 미흡하다는 여론이 있는 걸 알고 있다. 조사를 하면서도 이런 여론을 예상했고, 그래서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하기 위해 외부인사를 포함한 조사위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원회 위원들은 '전참시' 방송 직후 MBC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했다. MBC는 방송 이후 9시간 가량 지난 다음날 오전 9시 재방송 장면과 다시보기 장면을 중지했다. 사과 역시도 3일이나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권석 본부장과 전진수 부국장은 또 다시 고개를 숙여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권석 예능본부장과 전진수 부국장은 “시사 과정이 몇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함의 말씀을 드린다. 제작진이 시청자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죄송한 마음을 털어놨다.
MBC는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치명적인 오보는 물론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이후 신뢰를 잃고 MBC 뉴스데스크는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최악의 MBC를 바꾸기 위해서 내부 구성원들의 파업이 진행됐고, 많은 시민들이 이를 지지했고, 경영진 퇴임을 이끌어냈다. 투명한 절차에 의해 최승호 사장이 새롭게 선임되면서 MBC가 달라질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제식구 감싸기처럼 보이는 MBC의 행태에 실망이 커졌다.
방통심의위가 전체회의에서 '전참시'에 대해 과징금이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법정제재를 결정하면서 그동안 방송가를 유령처럼 떠돌던 일베논란을 근절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pps2014@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