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은 없다고 했다. 다만 문제가 될 걸 어느 정도 알고서도 그대로 편집을 진행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 세월호 영상 편집 논란과 관련해 6일간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남은 숙제가 있다. 프로그램 존속 여부와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래는 길이다.
지난 5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제작진은 이영자의 어묵 '먹방'을 뉴스 속보 형식으로 내보내는 중에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을 인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어묵'이란 표현이 특정 사이트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희화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조사를 거쳤다. 그 결과 사건의 장본인인 조연출은 FD로부터 속보 형식의 자료 10건을 받아 2건을 추렸다. 이 2건이 세월호 관련 뉴스였고 조연출은 세월호 침몰 배경을 블러 처리해 자신이 의도한 대로 '전지적 참견 시점' 편집에 활용했다.
그럼에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희화화할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이다. 자신이 구상한 자막 멘트와 영상이 맞아떨어졌을 뿐 '어묵'이 그런 의도로 사용된다는 점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징계는 피하기 어렵지만 고의적으로 벌인 일은 아니라는 것.
이 같은 논란에 일각에서는 폐지설까지 나오고 있다. 전진수 예능본부 부국장은 "현재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건 모두 스톱 상태다. 출연진도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폐지를 논의한 적이 없다. 오늘 조사 발표 후 각 출연진과 논의해서 방송 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는다 해도 문제는 있다. 충격을 받은 이영자를 다시 돌려앉힐 명분이 없다. 고의적인 편집이 아니라 단순 실수라는 해명으로는 영자를 설득하기 불충분하다. 이번 사태로 일찌감치 이영자는 정해진 녹화에 불참 의사를 밝혔던 바다.
이영자뿐만 아니라 돌아선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지난해 말 최승호 사장이 당선되면서 MBC는 그동안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작은 노력이 빛을 발하려던 찰나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져 시청자들은 다시 MBC를 외면하고 있다.
조사위원회 측은 "세월호 가족을 비롯해 국민과 시청자들이 '다시 좋은 친구 MBC'로 거듭나길 바라며 준 기회라고 되새기겠다. 상처 입은 세월호 가족 및 시청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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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