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정치 상황을 그린 스파이 첩보물 ‘공작’(감독 윤종빈)이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되면서 국내는 물론 외신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11일 오후 11시(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된 공식 상영회에서 해외 언론도 높은 관심을 드러내며 5분여간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변한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남측 예술단이 북한에서 공연을 했듯, 북한에서도 남한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이른바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영화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뛰어난 감독 윤종빈이 선사하는 이 화려한 한국 영화는 아시아 영화 특유의 스타일리시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가득 차 있다”며 “‘공작’은 캐릭터들이 이끌어 가는 매우 흥미진진한 영화다. 배우들의 뛰어난 열연으로 완성된 감동적인 캐릭터가 큰 울림을 전한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에서 남한 영화 상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은 15일 오후(현지시간) 칸에서 열린 국내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북한에는 영화인(공식적 영화단체)들이 없다. 북한에서 남한 영화들을 초청하는 과정이 일단 복잡하고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하는 정확한 기준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위원장은 “북측이든 남측이든 누가 먼저 영화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이에 평양 영화제와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서로의 영화를 공식 상영하자는 얘기도 비공식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40여 개국이 참가해 100여 편이 상영되는 평양영화제는 북한의 유일한 국제영화제로 지난 1987년 9월 창설됐다. 타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경쟁부문(극영화촵단편 및 기록영화촵만화영화)과 비경쟁부문으로 나뉘어 진행하고 최우수작품에는 횃불금상이 수여된다. 점차 개방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곤 있지만 전 세계 영화제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단계는 아니다.
남북 두 정상은 올해 안에 6·25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적어도 가을까지는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로드맵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소통의 기회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고히 하고 평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언젠가는 남북한의 영화 교류도 제재나 검열 없이 가능하기를 기대해 본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사진]ⓒ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