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배우 유태오의 행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인들에게 다소 인지도가 약했던 그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가 여러 국가의 영화인들에게 회자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태오가 주연을 맡은 러시아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리브렌니코프)가 전 세계 20편의 영화들과 함께 올해의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9일(현지시간) 오후 10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로 공개됐는데, 상영 직후 평단 및 언론에 호평을 받으며 수상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레토’는 러시아의 언더그라운 록 신이 막 태동하던 시기 1981년 여름 레닌그라드를 담은 작품이다.
공식 상영 이후 이튿날인 10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포토콜 및 기자회견이 진행돼 영화의 제작부터 상영까지 자세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날 공식 행사에는 빅토르 최 역할을 맡은 한국배우 유태오를 비롯해 러시아 출신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로만 빌릭과 프로듀서 일리아 스튜어트가 참석했다. 공금 횡령으로 자택 구금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칸을 찾지 못했다.
영화인들이 관심을 가진 부분은 단연코 유태오였다. 한국인 배우가 현지인 같은 러시아어를 구사한 데다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을 이질감 없이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유태오는 ‘어떻게 준비를 했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첫 촬영 전 3주 반 밖에 없었지만 시간을 쪼개 러시아 대본을 외웠다”며 “대본을 받으면 일단 대사를 번역해서 내용을 익혔고 자연스러운 발음을 구사하기 위해 완벽하게 외울 때까지 연습했다”고 과정을 전했다.
캄캄한 터널에 갇힌 것처럼, 보이지 않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으로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는 유태오. 하지만 ‘레토’의 칸 진출을 계기로 범상치 않은 연기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앞으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미친 존재감을 뽐낼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무명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유태오의 행보를 지켜보자.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