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태오(38)를 보면 노력하는 자에게 인생은 미소 짓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오랜 시간 대중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던 그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하루아침에 벌어진 기적이 아니라,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긴 노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태오는 자신에게 벌어진 이 같은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15년간 무명 생활을 딛고 칸에 진출했다는 게 꿈을 꾸는 거 같다. 제가 이런 자리에서 주목을 받는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유태오는 1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공식 인터뷰를 열고 생애 처음으로 칸영화제에 진출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지만 조명을 받는 게 좋다. 칸영화제는 제게 꿈만 같은 자리”라고 웃으며 말했다.
‘레토’는 러시아의 언더그라운 록 신이 막 태동하던 시기 1981년 여름 레닌그라드를 담은 작품이다. 그는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러시아 감독 키릴 세리브렌니코프의 영화 ‘레토’의 주연배우로 발탁됐다.
“제가 영화 ‘하나안’을 재밌게 봤고 감독님과 알고 지내고 있었는데 작년 5월쯤에 제게 전화를 하셨라. 일명 ‘러시아의 박찬욱 감독’이 계신데 빅토르 최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를 준비하고 계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게 어린 나이대의 배우를 찾아달라고 해서 일단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변 친구들이 ‘너도 한 번 보라’고 해서 셀카를 찍어 보냈는데 1주일 뒤에 다시 영상을 보내달라고 연락이 왔더라. 그래서 저희 집 주차장에서 영상을 찍어 보내드렸고, 또 다시 일주일 뒤에 모스크바에서 오디션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영화 관련)기사를 검색했더니 2016년에 난 기사가 딱 하나 있더라. 6개월 동안 ‘레토’의 주연 캐스팅이 안 됐다는 소식을 보고 ‘그럼 나도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도전해봤다.”
기적적으로 캐스팅됐지만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어에 전무했던 그가 모든 대사를 러시아어로 연기해야만 했던 것. 무엇보다 단 3주 밖에 시간이 없어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농구선수 출신의 근성을 살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냈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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