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러시아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리브렌니코프)의 주연배우 유태오가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유태오는 13일 오후(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영진위 부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아내는 2006년에 미국 뉴욕에서 만나 결혼했다. 같이 한국에서 살아보자고 결심해 돌아왔고 저는 2009년에 연기자로 데뷔했다. 원래 농구선수였고 각종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지만 연기 이외에 하고 싶은 일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15년 동안 무명을 겪었고, 모두가 날 버리고 포기했을 때 끝까지 믿어준 아내가 너무 고맙다”며 “정말 내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게 믿어주고 지지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칸 영화제에 함께 찾아 일정을 함께 하고 있다.
‘레토’는 러시아의 언더그라운 록 신이 막 태동하던 시기 1981년 여름 레닌그라드를 담은 작품이다. 유태오는 20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빅토르 최 역할을 맡았다.
“(웃음)그 기분이 어떨 것 같냐. 너무 좋다. 15년 동안 무명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무명배우의 설움을 털어낸) 꿈 같은 칸 진출이다. 제가 이런 자리에서 주목을 받는다는 게 신기하고 좋다. 물론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지만 이렇게 조명 받는 게 좋고 신기하다. 꿈 같은 자리다.”
이어 그는 “‘레토’는 제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다. 앞으로 연기자 생활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더 열심히 할거다. ‘레토’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거 같다”는 감회를 전했다.
영화의 소재가 된 빅토르 최는 한국계 러시아의 록가수 겸 영화배우로, 키노라는 록그룹을 결성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펑크록에 아름다운 선율과 자유지향적 음악으로 소비에튼 전역의 젊은이들에게 큰 지지를 얻었다. 그는 영화 ‘이글라’에 출연해 오데샤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최고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태오는 중점을 두고 연기한 부분에 대해 “감독님이 말하기로 당시 러시아의 소년들이 많이 관대했다고 하더라. 삼각관계가 있는데, 관대하게 자신감 있게 자신들이 느끼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었다고 하더라. 저 역시 그들을 조사하면서 굉장히 순수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청춘들의 공유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는 느낌을 전했다.
그러면서 유태오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다양한 감성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 질투심 없이 소통을 한다. 저로선 그런 부분이 되게 신기하더라. 질투심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라며 "(상대방과의 다름의 차이 등을)받아들여 파트너십을 갖고 소통한다는 게 신기했다. 미안함과 더불어 신기함이 느껴졌다”고 빅토르 최를 표현한 과정을 설명했다.
유태오는 한국 출신이지만 어린 시절 유럽에서 자라 '유러피안'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가 빅토르 최를 준비하기 위한 눈물겨운 과정을 들으니, 한국에서도 반드시 연기력을 인정받아 빛을 볼 순간이 올 것이라는 사실이 예감됐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레토’는 주연 배우들 및 프로듀서만 칸을 찾은 상황이서 지난 9일 오후 10시(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공금횡령을 이유로 촬영장에서 연행돼 수개월 간 자택구금 중이기 때문.
전날(8일) 진행된 레드카펫에서 유태오를 비롯한 배우들은 감독을 대신해 그의 얼굴이 그려진 뱃지와 이름이 새겨진 말을 들고 레드카펫 위를 걸어 감독의 부재를 알리기도 했다. 칸영화제 측 역시 참여하지 못한 키릴 감독의 자리를 공석으로 한자리 마련해뒀다.
상영 후 불이 켜지고 박수가 나오자 출연배우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감독의 구금 상황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에 대해 유태오는 “저는 촬영할 때도 감독님만 믿고 따랐다. 수많은 배우들 가운데 저를 믿고 뽑아주셨고, 어떻게 보면 주변(이견이 있는 관계자들)의 눈치를 볼 수도 있는데, 저를 믿고 캐스팅해주셨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그래서 그가 주택 구금을 당해 칸에 오지 못했을 때 너무 안타깝고 아쉬웠다”는 마음을 전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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