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러시아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리브렌니코프)의 주연배우 유태오가 "수상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전 세계 20편의 작품들과 경쟁하고 있다.
유태오는 13일 오후(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영진위 부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제가 연기적으로 부족함도 많이 보이기 때문에 연기상을 받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감독님이 워낙 러시아의 거장이시기 때문에 수상을 하실 것 같다.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레토’는 러시아의 언더그라운 록 신이 막 태동하던 시기 1981년 여름 레닌그라드를 담은 작품이다. 유태오는 200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빅토르 최 역할을 맡았다.
그는 중점을 두고 연기한 것에 대해 “오전에는 러시아 스피치, 오후에는 음악 레슨, 또 밤에는 운동을 하며 3주를 보냈었다”며 "캐스팅 된 후 일단 3주 반이라는 시간 밖에 없었기에 그 누구도 만날 여유가 없었다.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분 단위로 사용했다”고 준비 과정을 전했다.
그는 이어 “시나리오를 문장, 단어, 음절, 소리로 잘라내서 무조건 외웠다. 인터뷰 자료부터 영상자료만 봤다. 정말 미쳐가는 줄 알았다(웃음)”며 “한 시간 단위로, 입에 러시아 단어가 붙을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짰다. 한 장면마다 완벽하게 러시아어를 외울 수 있도록 시간을 쪼개서 사용했었다”고 노력한 과정을 전했다. 작품과 연기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빅토르 최를 연기하며 수준급 노래실력을 과시한 유태오는 “노래는 원래 좋아했었다. 배우는 과정에서 좋아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근데 영화에서 노래를 해야한다는 것도 러시아에 도착해서 알았다(웃음)”라며 “감독님이 워낙 자유로운 스타일이시다. 그래서 일단은 모든 곡을 다 외워오라고 하시더라. 일단 제가 해석해서 준비한 게 맞는 건지 걱정됐고, 제대로 준비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긴장감 속에 해냈다. 며칠 간 잠도 못자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결과가 잘 나와서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캐스팅 도전 과정에 대해서는 “저는 최대한 빅토르 최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신경을 썼던 거 같다”며 “전 세계에서 온 많은 배우들이 준비해온 것들 가운데 제가 생각한 것들이 맞아 떨어질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했다”고 덧붙였다.
빅토르 최는 한국계 러시아의 록가수 겸 영화배우로 키노라는 록그룹을 결성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펑크록에 아름다운 선율과 자유지향적 음악으로 소비에튼 전역의 젊은이들에게 큰 지지를 얻었다. 그는 영화 ‘이글라’에 출연해 오데샤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최고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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