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칸(프랑스), 김보라 기자] 러시아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리브렌니코프)의 주연배우 유태오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소감을 전했다.
유태오는 13일 오후(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영진위 부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칸 경쟁에 진출해 기분이 어떠하냐는 질문에 “(웃음)어떨 것 같냐. 너무 좋다. 15년 동안 무명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무명배우의 설움을 털어낸 꿈 같은 칸 진출이다”라며 “이런 자리에서 주목을 받는다는 게 참 좋다. 물론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지만, 이런 곳에서 이렇게 조명 받는 게 좋다. 꿈 같은 자리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레토’는 러시아의 언더그라운 록 신이 막 태동하던 시기 1981년 여름 레닌그라드를 담은 작품이다. 유태오는 20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빅토르 최 역할을 맡았다.
이어 그는 “운동으로 치자면 올림픽의 결승전이다. 실감이 안 난다. 너무 좋다(웃음)”고 재차 기쁜 마음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빅토르 최에 캐스팅 됐을 때 러시아의 파파라치들이 '도대체 빅토르 최를 맡은 사람이 누구냐'며 숨어서 저를 지켜보셨다. 무명배우로 살다가 갑자기 그런 관심을 받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태오는 “현재는 단순히 들떴다기보다 그냥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을 앞두고 빅토르 최의 (묘지에 가서)기도를 했고 부끄럽지 않게 잘 표현하겠다는 마음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점을 두고 연기한 포인트에 대해 “감독님이 설명하시길, 당시 러시아의 소년들이 많이 관대했다고 하더라. 삼각관계가 있는데, 자신감 있게 자신들이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커뮤니티가 있었다고 들었다. 저 역시 그들이 굉장히 순수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청춘들의 공유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고 느낀 점을 말했다.
유태오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다양한 감성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 질투심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 질투심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을 받아들여 상대방과 파트너십을 갖고 소통한다는 게 신기하다”고 빅토르 최를 표현한 과정을 설명했다.
빅토르 최는 한국계 러시아의 록가수 겸 영화배우로, 키노라는 록그룹을 결성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펑크록에 아름다운 선율과 자유지향적 음악으로 소비에튼 전역의 젊은이들에게 큰 지지를 얻었다.
이어 그는 “저는 촬영 때 감독님만 믿고 갔다. 저를 믿고 뽑아주셨고, 어떻게 보면 주변(영화 관계자들)의 눈치를 볼 수도 있는데 저를 믿어주셨다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그래서 그가 주택 구금을 당해 칸에 오지 못했을 때 너무 안타깝고 아쉬웠다. 괴롭기까지 했다”는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레토’는 9일 오후 10시(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공금횡령을 이유로 촬영장에서 연행돼 자택 구금 중이다. 전날(8일) 진행된 레드카펫에서 유태오를 비롯해 배우들은 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뱃지와 이름이 새겨진 푯말을 들고 레드카펫 위를 걸어 감독의 부재를 알리기도 했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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