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욱일기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데 이어 다른 내용의 한국어와 영어 사과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뒤늦게 "무지함을 깨달았다"며 2차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대중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티븐 연은 지난 11일 자신의 출연작인 영화 '메이햄'을 연출한 조 린치 감독이 SNS에 올린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이 사진은 조 린치 감독이 어린 시절 욱일기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사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일본의 전범기인 욱일기는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전쟁을 하면서 썼던 깃발로, 제국주의를 상징하고 옹호한다는 비판을 꾸준하게 받아왔다. 특히 일본 침략 전쟁의 최대 피해국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욱일기에 분노하고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스티븐 연 뿐만 아니라 여러 스타들이 욱일기를 아무 생각없이 사용했다가 대중들의 뭇매를 맞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런데 스티븐 연 논란의 더 큰 문제는 그가 올린 한국어와 영어 사과문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어로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있지만, 영어로 된 사과문에는 "이번 일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에서)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터넷 상의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는 스티븐 연이 이번 논란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로, 욱일기가 한국에서 가지는 비극적인 상징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사과부터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중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10년간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온 서경덕 교수 역시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온 저로서는 이번 영어 사과문은 그야말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스티븐 연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우리 스스로도 이런 일이 발생했을때 당사자에 대한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욱일기가 나치기와 같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릴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크게 확산되자 스티븐 연은 이날 자신의 SNS에 "저의 무지함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의 실수, 특히 어떤 방식으로든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되는 역사의 상징에 대한 부주의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깊게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게 되었습니다"라고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많은 사람들과 팬 분들의 걱정스러운 메시지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한 저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었고, 제가 처음에 급하게 올린 사과문이 더 많은 아픔과 실망을 드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덧붙인 그는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이 제게는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약속 드립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고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스티븐 연의 2차 사과에도 대중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가 무지함에 대한 반성과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 어린 사과를 전하고 있지만, 앞서 그가 올린 1차 사과문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 한국계 미국인임을 내세우며 한국에서 활동을 할 정도면 그 나라의 뼈아픈 역사나 민감한 부분을 어느 정도는 숙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앞으로 스티븐 연에게 남은 건 진정성 있는 사과로 대중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 과연 이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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