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었고, 제가 처음에 급하게 올린 사과문이 더 많은 아픔과 실망을 드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욱일기 논란에 재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번엔 자신의 무지함으로 벌어진 일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전하는 듯 보인다. 결국 이번 논란은 스티븐 연이 한국의 뼈아픈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벌어진 참사였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의 발단은 스티븐 연이 지난 11일 자신의 출연작인 영화 '메이햄'을 연출한 조 린치 감독이 SNS에 올린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면서다. 이 사진은 조 린치 감독이 어린 시절 욱일기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이라 논란이 됐다.
더 문제는 스티븐 연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과문이었다. 스티븐 연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한국어 사과문과는 조금 다른 영어 사과문을 함께 게재했다. 이 영어 사과문에는 "이번 일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에서)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터넷 상의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는 곧 생각없이 한 행동으로 인해 자신을 판단하고 질책하는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는 것. 결국 이번 '욱일기 논란'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비난이 일자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온 서경덕 교수 역시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지적하며 "그야말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스티븐 연은 이날 오후 자신의 SNS에 "저의 무지함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스티븐 연은 '무지', '실수', '부주의' 등으로 자신의 지난 과오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었고, 제가 처음에 급하게 올린 사과문이 더 많은 아픔과 실망을 드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라며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이 제게는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 되었습니다"라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논란은 스티븐 연이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얼마나 한국 역사에 무지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만약 욱일기의 존재가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했다면 절대 있을 수 없었던 '좋아요' 그리고 1차 사과문이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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