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이 욱일기 관련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 사과했지만 이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게 일자 2차 사과를 했다.
스티븐 연은 최근 영화감독 조 린치가 어린 시절 욱일기 패턴의 옷을 입고 찍은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 '욱일기 논란'에 휩싸였다.
욱일기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기에, 일제 식민지라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욱일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 더군다나 스티븐 연이 한국계로서 할리우드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최근 한국 영화 '버닝'에 출연해 칸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감을 표현했던 이들이 큰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스티븐 연 또한 이를 체감하고 자신의 SNS를 통해 곧바로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이로 인해 더 큰 논란이 발생한 상태. 그가 영문 사과문에 "SNS가 자신을 완전히 대변하는 게 아니다", "그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등의 글을 덧붙여 반성보다 변명에 가까운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부주의함으로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 한국 역사의 참담했던 순간과 관련된 모든 메시지와 이미지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서의 실수가 내 모든 생각과 신념을 단정 짓는 것에 큰 슬픔을 느낀다"라고 한국어 사과문도 올렸으나, 영문 사과문과 비슷한 듯 다른 의미에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사과문도 삭제했다.
여기에 그동안 한국을 알리고 우리 문화 유산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 온 서경덕 교수도 스티븐 연의 사과문을 공개적인 비판해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스티븐 연의 욱일기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요"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한국어 사과와 영어로 된 사과가 확연히 다른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어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영어로 된 사과문에서는 '이번 일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에서)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터넷 상의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고 했는데 이 같은 글은 자칫 '인터넷 상에서의 실수 한 번으로 사람을 재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한 뒤 "스티븐 연, 욱일기 사태 진심으로 반성하라"라고 일침했다.
대다수의 누리꾼들도 서경덕 교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문과 한국어 사과문의 느낌이 다른 점, 사과문을 곧바로 삭제한 점 등을 이유로 스티븐 연의 사과문이 자신에 대한 반성이라기 보다 SNS 실수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내용이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결국 스티븐 연은 13일 자신의 SNS에 2차 사과문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제가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지인의 SNS에 올라온 어린 시절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ek. 저의 무지함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저의 실수, 특히 어떤 방식으로든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역사의 상징에 대한 부주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깊게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게 됐다. 많은 사람들과 팬분들의 걱정스러운 메시지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한 저의 무지함을 깨닫게 됐고, 제가 처음에 급하게 올린 사과문이 더 많은 아픔과 실망을 드렸음을 알게 됐다"라면서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이번 일이 제게는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 됐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재차 사과했다.
특히 스티븐 연은 앞서 영문과 한국어 사과문을 다소 다르게 올려 비난을 받은 것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한국어와 영문 사과문을 동시에 올려 이목을 끌었다. 이에 경솔한 욱일기 '좋아요'와 사과문으로 큰 실망감을 안긴 스티븐 연이 이번 2차 사과문으로 '욱일기 논란'을 매듭짓고 '핸섬한 한국계'로 쌓아올린 호감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유일하게 진출한 영화로, 오는 16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 세계 관객들에게 공개되며, 한국에서는 17일 개봉할 예정이다. / nahee@osen.co.kr
이하 스티븐 연 공식사과 전문.
[사진] OSEN DB, 서경덕 교수 SNS, 스티븐 연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