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실화 모티프의 첩보 스파이물이다.
올해 이 영화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11일 오후 11시(현지시간)에 전 세계 관객들과 평단에 첫 공개됐다.
영화의 중심인 흑금성 사건은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공작이다. 흑금성은 안기부가 한 회사에 전무로 위장 취업시킨 박채서 씨의 암호명으로, 안기부는 그를 통해 대북사업과 관련한 공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민은 극중 육군 정보사 소령 출신이지만 북핵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핸 스파이 박석영으로 분했다.
석영은 군복무 중 안기부 스카우트로 발탁돼 북핵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스파이 ‘흑금성’으로 잠입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사업가로 위장하고 북한의 대외경제처장 리명운(이성민 분)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하지만,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남한 수뇌부가 북의 고위급과 접촉하려는 낌새를 느끼고 혼란과 환멸을 느낀다.
황정민은 ‘흑금성’으로서 군인의 강직함과 사업가의 서글한 면모를 동시에 지닌 스파이의 두 얼굴을 오가며 극의 전반적인 긴장감을 책임졌다.
“공작원이었을 때와 사업가로 변신했을 때, 차이를 둬야 했다.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경상도 사투리다. 제 고향이 경남 마산이다 보니 경상도 사투리를 이용한 것이다. 사업가의 느낌과 공작원으로서의 느낌이 다르게 보이려면 전라도 등 다른 지역 사투리보다 경상도가 나을 것 같았다. ‘국제시장’과 비슷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저는 질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념 안에서 개인의 딜레마는 있는 것이다. 북한으로 들어가서 좋은 사람(리명운)을 만나게 돼 브로맨스를 형성한다. 제가 제일 좋아했던 장면이다.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떠나,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나도 좋은 사람으로 바뀌듯이 박석영이 리명운이라는 북측 사람을 만나 어떻게 변화되는지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연기적 지향점을 설명했다.
‘공작’은 첩보 스파이물이지만 액션은 전무하다. 기존의 장르 영화와 궤를 달리한 것이다. 황정민은 “저희들끼리 ‘공작’은 ‘구강 액션’이라고 표현했다. ‘미션 임파서블’ 같은 영화는 아니다. 차라리 몸을 쓰는 게 편안하다(웃음)”며 “(심리전을)얼마나 디테일하게 잘 맞추느냐가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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