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은 겸손하고 또 겸손했다. 이미 ‘믿고 보는 배우’의 경지에 들어섰음에도 자만하거나 오만한 마음이 없었다.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그를 인터뷰 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황정민은 12일 오후(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테라스 비주얼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저도 어제(칸 공식 상영을 통해) 처음 영화의 완성본을 봤다. 그런데도 긴장이 돼서 그런지 영화가 제대로 눈에 안 들어왔다”고 칸에 방문한 소감을 전했다.
황정민을 비롯한 윤종빈 감독과 이성민, 주지훈은 11일 오후(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미드나잇 스크리닝을 위해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날 전 세계 기자들이 네 남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도했다.
레드카펫을 밟고 극장으로 올라설 때까지 수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싸인 및 사진 요청을 받았다. 이들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환한 얼굴로 팬들을 응대했다. 칸에서 처음 레드카펫을 밟은 그는 “칸에서는 물론이었고 한국에서도 레드카펫에 서는 게 아직까지 낯설고 긴장된다. 어색하다”며 “캐릭터로서 영화를 보는 거면 모르겠는데, (개인으로서) 황정민이 레드카펫에 서는 게 불편하다. 아직까지 낯설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영화 ‘곡성’(2015)이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진출했지만 당시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작년 7월에 영화 촬영이 끝났다. 1년 전에 했던 걸 다시 끄집어내서 어땠었는지 설명하느라 고생했다(웃음). 찍을 땐 남북한 소재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쉬쉬하면서 촬영을 했는데 남북 정상회담 후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다니. 기분이 묘하다”는 감회를 전했다.
‘공작’은 2017년 1월 24일 크랭크인해 7월 25일 크랭크업했는데,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올해 들어 지난달 27일에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정권이 바뀌자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반전된 셈이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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