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과 정해인의 사랑, 그리고 가족에 회사까지 모두 ‘고구마’일까.
요즘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답답하다”다.
극 중 진아(손예진 분)와 준희(정해인 분)의 사랑이 큰 진전 없이 지지부진하고 진아의 엄마 미연(길해연 분)이 계속해서 두 사람 관계를 반대하는 것이 반복되고, 진아의 회사에서는 10년 동안 성추행을 당한 진아의 편에 서주지 않는 등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고구마 100개는 먹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인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보고 ‘고구마’라고 하는 건 이 드라마가 너무 현실적으로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것이 이유인 듯하다.
대부분의 로맨스드라마가 시청자들의 판타지나 로망을 실현시켜주지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현실 그대로의 로맨스와 성추행 문제를 그리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진아와 준희의 멜로를 ‘현실 연애’라고 표현했고 마치 누군가의 실제 연애를 훔쳐보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리얼했다. 진아의 직장생활 또한 그렇다. 그렇게 이 드라마는 특별히 꾸미지 않았다.
앞서 진아가 아빠에게 준희와의 관계를 털어놓으려고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었다. 이에 대해 안판석 감독은 “김은 작가의 친구가 부모님에게 연애 사실을 털어놓기 전에 여러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무릎이 꿇어지고 울음이 터졌다고 하더라. 희한한 에피소드인데 공감이 됐다”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판석 감독은 진아에 대해 ‘미성숙한 캐릭터’라고 했는데 “30대 중반은 옛날에 비하면 20대 중반인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진아와 준희의 사랑이 답답했던 것이 아닐까. 아직은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랑이 짜증나지만 공감되는 것이 이유였던 듯하다.
그리고 진아의 회사에서 진아에게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 거다”면서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것, 회사 대표 조경식(김종태 분)이 먼 친척인 이사 남호균(박혁권 분)이 성추행 문제 때문에 초조해 하자 진아를 불리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팁을 주는가 하면 동기 강세영(정유진 분)이 승진을 위해 남이사 편에 서서 후배들에게 진아가 성추행 빌미를 제공했다고 하는 등의 상황이 짜증을 유발했다.
하지만 뉴스를 보더라도 회사 내 성추행 문제에서 피해자가 더 상처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피해자는 회사를 떠나도 가해자는 회사에 버젓이 다니고 있는 등 성추행 문제가 속 시원하게 해결됐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게 어려운 것이 현실. 때문에 진아의 성추행 문제를 그저 답답하다고만 할 수 없는 듯하다. 진아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있는 것도 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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