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막장이라고?'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 제작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이하 예쁜 누나)에 대한 반응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면 막장드라마가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을 보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예쁜 누나'는 그렇게 단순히 설명될 드라마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남녀주인공 두 사람이 썸을 지나 설레는 연애 초기를 거쳐 관계가 무르익어가는 중인 이 드라마는 이제 가장 큰 갈등 상황에 직면한 모습이다. 결혼적령기가 된 커플에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성격 차이일 수도 연인이 한 눈을 팔았을 수도 있다. 연인이 한 눈을 파 결국 결별하게 된 케이스는 진아와 전 남자친구였다. 그 앞에 이미 성격차이로 인해 진아와 준희는 누군가와 숱하게 이별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 중 현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집안의 반대다. 결혼을 앞두고 끝내 눈물을 머금고, 혹은 속시원히 헤어지는 커플들 중 가족의 반대와 집안의 갈등을 이야기하는 경우를 누구라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위에 없다면 이와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시라. '이게 정말 현실?'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다양한 경우가 상당하다. 그렇기에 '비상식적이다', '말도 안된다'를 넘어 '자작(거짓) 아니냐'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드라마 속 진아와 준희는 어쩌면 너무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였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관계로 지내왔지만 상당히 다르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부모없이 남매끼리 의지해 지내오면서 삶을 스스로 개척해 온 준희와 부모의 기대 부응에 때로는 힘들어하면서도 부모의 마음에 들고자 노력하고 순응하며 살아왔을 진아다. 진아에게 엄마를 부정하는 것은 결국 자기를 부정하는 것과 같을지도.
이는 준희의 부친(김창완 분)을 둘러싼 준희와 진아의 다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내가 부모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내 심경도 안물어보고 만나냐. 그렇게 은근슬쩍 그 사람은 아버지로 인정해야 하냐"라며 화를 내는 준희와 "그래도 아버지인데"라며 이렇게 화를 내는 준희가 서운한 진아.
"나는 부모의 마음 같은 말들도 제대로 이해 못 해. 그래서 누나 만나는 게 하나도 안 무서웠다. 자기만 내 옆에 있어 주면 되니까"라는 준희의 말은 부모와 나를 뚜렷하게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진아와의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결국 엄마의 계속되는 힐난에 연인이 상처받자 진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엄마와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닌 "안 만날거다"라고 울먹이며 소리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사랑은 결국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일텐데, 두 사람은 험난할 수도 있는 이 과정을 겪고 있다. 엄마 미연에 대해 '30대 중반인 딸이 그렇게 잘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반대를 하는 것이냐'는 반응도 많고 실제로 분노유발자인 것도 맞는 얘기지만, 소위 막장드라마의 밑도 끝도 없는 악인과는 결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딸 뿐 아니라 남편에게도 그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종일관 잔소리를 하고, 결혼이 인생을 바꿀 기회라고 생각하는 속물인 엄마. '현실 멜로'를 표방하는 이 드라마에서 엄마의 캐릭터가 엄마란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비현실적인 인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남편과의 대화 속에서 드러났던, 딸이 만약 준희와 결혼한다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준희의 복잡한 가정사로 인해 딸이 떠안게 될 짐이었다. 준희 가정의 파탄이 아버지의 외도에 있었다는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분명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내 자식이 더 소중한 것을 엄마의 이기심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물론 그럼에도 엄마의 행동은 지나친 것이 맞다. 하지만 "말아먹든 죽을 쑤든 진아 인생인데 왜 참견해. 관심을 빙자한 간섭이고 지나치게는 일종의 폭력이야..엄마, 우리 미개하게 살지 말자"라는 아들 승호(위하준 분)의 말이 결국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일 테다. 보다 독립적인 인물로 캐릭터 변화를 겪을 진아를 기대해보면 어떨까. /nyc@osen.co.kr
[사진]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