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가 아쉬운 결말을 그린 가운데, 한혜진, 윤상현, 유인영, 김태훈의 열연만은 박수를 받았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이하 ‘손꼭잡고’)에서는 남현주(한혜진 분)가 장석준(김태훈 분)과의 발리행을 포기하고 김도영(윤상현 분)과 한국에 남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남현주는 새로운 사랑 장석준과 발리로 떠나기로 했지만, 막바지에 마음이 흔들렸다. 김도영은 “내가 연민으로 당신과 결혼했다는 것은 틀렸다. 사랑이었다”며 진심을 전했다. 장석준은 흔들리는 남현주의 마음을 헤아리고 두 장의 비행기 티켓을 내밀며 “혼자 오든지, 도영씨와 함께 가든지 하라. 선택은 현주씨에게 달렸다”고 배려했다.
남현주는 결국 김도영을 선택했다. 홀로 공항에 나온 남현주를 보고 장석준은 “마음 변하면 언제든 오라”고 이별의 말을 남겼다. 남현주와 김도영은 자주 걷던 산책길에서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현주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 10년 전 첫사랑이 찾아와 갈등하는 김도영 등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묻고자 했던 ‘손꼭잡고’는 결국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아쉬운 결말을 맞이했다. 남현주와 정석준의 만남과 사랑이 크게 깊이 있게 그려지지 않았고, 신다혜(유인영 분)에 흔들리는 듯 마는 듯 하는 김도영의 태도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
결국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 흐르는 드라마가 아닌, 갈 길 잃은 감정의 홍수로밖에 표현되지 못했던 ‘손꼭잡고’는 시한부와 사랑이라는 흔한 소재를 비트는 신선한 시도를 퇴색되게 만드는 과정을 보이고 말았다. 남현주가 왜 새로운 사랑을 찾았는지, 장석준과는 과연 진지한 사랑이었는지 등이 크게 와닿게 그려지지 않은 게 패착의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 배우들의 연기는 박수를 받았다. 4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한혜진은 다소 공감가기 힘든 남현주의 상황을 담담하게 펼쳐 담백한 드라마 톤을 유지하는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엄마로서, 여자로서 죽기 직전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남현주의 열망을 연기로 잘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상현은 이번 작품으로 간만에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어색할 수 있었으나, 착해빠진 김도영이란 캐릭터를 그리기에 기존 이미지도 큰 도움을 줬다. 김태훈은 이 작품을 통해 ‘멜로 장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는데, 키다리아저씨의 정석을 그려내며 멜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유인영은 악녀이지만 불쌍한 신다혜 역을 와닿게 그려 인상깊은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처럼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으나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 ‘손꼭잡고’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손꼭잡고’ 후속인 ‘이리와 안아줘’는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성공해 MBC 드라마 회복세를 가져올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인다. / yjh0304@osen.co.kr
[사진] OSEN DB, ‘손꼭잡고’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