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우리가 만난 기적'이 월화극 1위 자리를 탄탄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SBS '기름진 멜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단 첫 방송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지만 이준호, 장혁, 정려원 등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가는 배우들, 서숙향 작가의 필력 등이 있기 때문에 향후 월화극 판도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 두 드라마 모두 장단점이 있고, 시청자들의 호불호도 갈리고 있기 때문에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방송된 '우리가 만난 기적'은 전국 기준 11.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극 1위 자리를 지켰다. 첫 방송을 마친 '기름진 멜로'는 5.8%, 6.4%로 2위로 출발을 했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만난 기적'이 우위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11회를 마쳤지만,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송현철(김명민 분)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 송현철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선혜진(김현주 분)에게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또 조연화(라미란 분)는 선혜진을 만나 다짜고짜 "내 남편 돌려달라"라고 말했다. 조연화는 자신의 남편이 송현철임을 알고 있는 상황. 하지만 선혜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 두 사람에게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저마다 선혜진과 조연화의 상황이 안타깝다고 하면서도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11회나 방송이 됐는데 여전히 도돌이표 같이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물의 감정선을 깊게 가져가는 건 좋지만, 불필요한 내용이 너무 많고 전개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지적이다. 김명민, 김현주, 라미란 등 배우들은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발휘하고 있는데 극 전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시작된 '기름진 멜로'는 '파스타'의 서숙향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여기에 이준호, 장혁, 정려원 등 최근 좋은 성과를 낸 세 명의 배우가 주연을 맡아 월화극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일단 '파스타'를 잇는 두 번째 음식 드라마인데다가 봄에 잘 맞는 밝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에서도 기대되는 바가 컸다.
하지만 첫 방송 후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재미있다는 시청자들이 있는가 하면 산만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전개 방식은 신선했지만 이 때문에 어수선함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이를 제대로 소화해낸 배우들 덕분에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첫 회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 산만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기름진 멜로'는 이제 첫 삽을 떴을 뿐이다. 서풍(이준호 분)의 진짜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은 셈.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동네 중국집으로 와 복수를 감행하게 될 서풍과 단새우(정려원 분), 두칠성(장혁 분)의 묘한 삼각관계가 8일 방송부터 전개될 예정이다. 비록 첫방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믿고보는 작가와 배우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만난 기적'을 위협하는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각 포스터,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