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이렇게 쓰는데 넌 왜 그렇게 밖에 못해줘?.”
(애정표현 요구에 거부하는 멤버를 상대로) “저는 여자도 때릴 수 있거든요.”
소설이 아니다. 한 걸그룹을 상대로 일부 몰지각한 팬이 실제로 한 이야기다.
과거 팬덤 문화의 잘못된 사례는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사생’ 으로 대표됐다. 하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직접 아이돌 멤버를 상대로 애정 표현을 요구하는가 하면, 성적인 스킨십을 요구까지 하는 기이한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과거 음반을 사고 수동적으로 묵묵히 응원하던 팬덤 문화는 사라진지 오래. 시장의 성공으로 수 많은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면서 저마다 높이를 낮춘 팬 마케팅을 지향하면서 심리적 허들이 사라졌고 이로 인한 여러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노래나 멤버가 좋기 보다는, 소위 말해 서비스를 잘 해주는 아이돌을 따라 다니는 경우도 있다. 엔터테인먼트사들 또한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이런 소수의 팬이라도 잡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혹은 다른 회사 수준의 팬 서비스를 하게 되고 이런 경쟁이 계속될수록 서비스의 정도와 함께 팬들의 요구는 높아만 가는게 현실.
요즘 팬들은 과거 팬들이 회사를 상대로 불만을 표하던 것과 다르게 아이돌 멤버를 상대로 직접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 또한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하게 되고, 회사에 도움을 청하기 까지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사례는 한 여성 아이돌 멤버들이 실제로 팬들에게 들은 폭언의 일부다. 이 외에도 일부 팬들은 자신에게 ‘서비스를 덜 해주는 멤버’에 대한 비방을 SNS를 통해 유포하기도 한다. 또는, 팬사인회 등을 찾아서 자신에게 소홀한 특정 멤버의 ‘혐짤’(혐오사진)을 만들어서 버젓이 공개하기도 한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는 “스태프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팬을 공개 행사를 못 오게 한 사례가 있다. 이 팬은 회사에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를 걸어서 욕설을 하는 등,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며 “강하게 제재를 가할 경우 비슷한 집단이 모여 멤버나 회사를 음해하는 유언비어를 퍼트린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jeewonje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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