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동하를 수식하는 울타리와 표현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젠 보컬리스트 정동하로서 세상 앞에 당당히 섰고, 뮤지컬과 방송을 넘나들며 그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지난 달 17일에는 영화 '클래식' OST를 리메이크한 싱글 앨범 '사랑하면'을 발매해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 음악은 무대에서 노래를 하지만 노래하고 있는 저에 집중하지 마시고 음악을 들었을 때 잠깐 다른 생각이 들면 그 추억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그렇게 듣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이 노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추억으로 통하는 통로이고 그 추억에 집중하시는 그런 목적과 그런 힘을 가진 노래예요."
정동하를 언급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음악예능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KBS 2TV 음악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는 정동하의 보컬을 발굴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음악 예능을 많이 했던 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부분에서 신이 음악 예능 하라고 만들었나 싶을 만큼 너무 특화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잘 맞는 방송인데 너무 많이 나가서 식상하실까 봐 두려운 건 있어요. 예전보다는 나가는 횟수가 많진 않아요. 이전에는 점수에 집착할 때가 있었죠. 작은 규모지만 대중을 상대하고 그분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행사 같은 경우에도 공연을 작게 하더라도 항상 물어보게 오늘 공연의 취지가 뭔지, 어떤 바람으로 섭외를 했는지, 관객은 누구인지를 알고 나면 선곡의 스토리를 생각하죠. '나 노래 잘해요'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의 흐름과 함께 가려고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는 지난 2012년 '불후의 명곡' 첫 출연해 '2주 연속 우승', '레전드 특집 우승', '역대 최초', '불명 우승 최고 기록 두 번 경신', '첫 순서로 출연해 6연승으로 올킬 우승' 등 각종 기록을 세웠다. 그 사이 그만의 노하우도 생기진 않았을까.
"결국에는 그분들이 원하는 성향과 그날의 전설이 누구인지 전설의 성향에 비슷하게 맞춰져 있어요. 어떤 날은 신나는 게 호응을 받고 어떤 날은 깊이 있고 슬픈 감성이 맞을 때도 있죠. 그날의 날씨도 영향이 있어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역시 '나 노래 잘해요'가 아니라 이야기를 최대한 이해를 하고 그거에 대해서 제가 먼저 감동을 받고 내가 받은 느낌을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MSG를 쳐서 표현을 하는 거죠. 그게 좀 정석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 할 때는 그런 접근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진 것 같다. 어떤 무대가 1등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무대들이에요."
최근에는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 특집으로 꾸며져 무려 3주간 16팀이 대결했다. 박정현, 김경호, 환희, 김소현&손준호, 김태우, 알리, 김종서, 하동균, 바다, 린, 세븐틴, 정동하, 다비치, 민우혁, 한동근, 장미여관 등이 출격한 바다.
"신기했죠. 잘 모습을 잘 보이시지 않는 선배님인데 한국 가요계에서 빠질 수 없는 천재 뮤지션이시잖아요. 무엇보다 제일 놀랐던 건 방송이 끝나고 나서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열정이 식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던 거예요. 지금도 음악을 잘하고 싶어 하시고 연구를 계속 하세요. 김종서 선배님을 평소에 굉장히 존경하고 있는데, 제가 김종서 선배님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김종서 선배님이 조용필 선배님을 똑같이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조용필 선배님은 여전히 열정이 전혀 식지 않고 뭘 하고 싶어하시고 뭔가를 만들고 싶어하시고 음악적으로 연구를 계속 하시더라고요. 그 꾸준한 열정이 존경스럽고 다른 건 못 따라가더라도 그 열정만큼은 꼭 따라가야지, 그 길을 가야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동하는 오는 6월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극 중 화자이자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또한 올해 정규 앨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정규 앨범을 한 번도 못 내봤어요. 정규를 가닥을 잡고 준비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전에 제 곡 중에 '해피'나 '괜찮아'(2017년 발매한 미니앨범 '라이프' 수록곡)를 들어보시면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르적인 변화요? 너무 종합선물세트 느낌은 안 됐으면 좋겠어요. 장르에 국한돼 있지는 않겠지만 들으실 때 너무 두서없이 섞여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6월에는 뮤지컬 공연이 있습니다. 공연 준비를 하고 앨범 준비를 하고 또 크고 작은 무대들을 통해 계속해서 현장에서 팬들 만나뵙게 될 것 같아요."
지난 2005년 부활 정규 앨범 '서정 (抒情)'으로 가요계 데뷔한 정동하는 어느덧 벌써 활동 14년차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그가 꿈꾸는 그의 모습은 어떤 그림일까.
"인생은 짧다고 느껴요. 제가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전에는 없었던 상황인데 스케줄 끝나고 매니저들이랑 한잔하고 들어가는 변화들이 생겼죠. 한때는 무대를 너무 좋아해서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은 어색하고 불편할 때가 있었어요. 무대에서만 존재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무대 위에서 내려오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혼자 있는 거, 단절된 거를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삶이 짧다고 느끼면서 인생이 긴 기간 동안 무전 여행을 온 거라는 생각을 해요. 여행지에 왔다고 생각하고 살고 그 시간을 더 소중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좀 더 세상에 나와서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 요즘 문득 들어요." / besodam@osen.co.kr
[사진] 뮤직원 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