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과 스티븐 연, 그리고 신인배우 전종서의 연기 인생은 영화 ‘버닝’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창동 감독과의 첫 작업 이후 세 사람이 한 목소리로 영화와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달 16일(현지시간) 칸에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첫 공개되며 이튿날인 17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종수 역을 맡은 유아인은 4일 오전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버닝’의 기자회견에서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캐릭터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잘 보이기 위해, 제가 가진 것보다 좀 더 잘 해내기 위해 외적으로 표출하려는 게 많았다. 하지만 ‘버닝’을 통해 제 전환점을 맞이한 거 같다. 감독님의 요구대로 인물이 느낀 감정과 기분을 위주로 그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는 방향을 전했다.
유아인은 모든 영화에 선과 악이나 꿈과 희망 등의 주제나 메시지가 담겼지만 그것을 통해 세상이 좋아지거나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전했다. “영화로 인해 세상 사람들이 좋은 것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버닝’은 타 영화에 비해 명확성을 갖고 주제에 접근하기보다, 다른 방향으로,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반딧불이'를 원작으로 각색했다.
스티븐 연은 극중 의문의 남자 벤 역을 연기했다. 그는 이날 “'버닝'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관객들이 함께 봤으면 좋겠다"며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칸에 간다는 게 굉장히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저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할 거 같고 관객들도 기대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창동 감독은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으로 2000년 체코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2002년 나온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밀양’은 2007년 열린 칸 영화제에서 주연배우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이후 2010년 개봉한 다섯 번째 감독작 ‘시’로 같은 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