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X스티븐연X전종서X이창동이 말한 '버닝', 그리고 칸行[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5.04 11: 58

 이창동 감독의 신작 영화 ‘버닝’이 이달 8일부터 12일간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가운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출국 전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칸 진출 소감을 전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은 “8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어떤 영화로 관객을 만나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오랜만에 영화를 내놓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감독은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세상은 발전했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있다. 그런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이 가지는 무력감과 내제된 분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수수께끼 같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대상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지 찾기가 어렵다. 저희는 이런 미스터리한 영화다. 설명할수록 어렵다”라고 영화의 연출 방향과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 “‘버닝’은 전작들과 비교해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조금 다르다. 물론 극한적인 감정이 나오긴 하지만 윤리보다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 싶었다. 그게 굳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면 감각이나 정서를 우선시했다”라고 설명하며 “윤리는 의미와 관념에 가깝다면, ‘버닝’은 젊은이들의 영화이기 때문에 젊은 이들의 정서를 통해 소통하고 싶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올해는 이 감독의 신작 ‘버닝’(2018)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8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에 대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반딧불이-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했으며 러닝타임은 147분 52초, 상영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로 결정됐다.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달 16일(현지시간) 칸에서 전 세계 첫 공개되며 이튿날인 17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종수 역을 맡은 유아인은 “제가 어린 나이에 데뷔해 비교적 다양한 작품을 하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잘하고 싶어서 애쓰던 순간도 있었고 제 감정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싶어 표현에 대한 강박으로 외향적으로 표출된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유아인은 “이번에는 그간의 습관, 관성에서 벗어나 감독님이 요구한 대로 인물의 느낌 위주로, 제가 느낀 그대로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려 했다. 그런 것들로 인해 해석의 여지를 크게 열어두려 했다"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지만 청소년들이 많이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영화로써,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과 악, 명과 암, 꿈과 희망 등 우리가 영화에서 수도 없이 접한 메시지가 있지만, 감독님의 말씀처럼 모두가 영화를 보고 그런 메시지를 전달받음에도, 영화로 인해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이 좋은 것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버닝’은 그런 의미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감으로써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거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벤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이제는 미국과 한국에서 문화적인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미국 젊은 세대들은 혼자서 외로워서 이젠 같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예전엔 개인을 통해 정체성을 보여주려 했다면 요즘엔 소규모 모임을 통해 집단의 생각을 보여주려 하는 거 같다. 미국이 다인종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반면 한국은 과거에 비해, 개인의 목소리를 내려는 성향이 높아진 거 같다. 내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는 거 같다. 어느 것이 좋은가를 떠나 외부에서 봤을 때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아가려는 거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전했다.
해미 역을 맡은 전종서는 “원작과 어떤 차별화를 뒀느냐고 묻는다면, 답변이 참 힘든 거 같다. ‘버닝’은 우리가 살면서 느끼고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이 담긴 것 같다”며 “단편 원작 소설은 촬영을 마치고 읽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스스로도 느끼지 못했던 분노 혹은 억울함, 그런 모든 것들이 미스터리하게 잘 담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창동 감독은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으로 2000년 체코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2002년 나온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밀양’은 2007년 열린 칸 영화제에서 주연배우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이후 2010년 개봉한 다섯 번째 감독작 ‘시’로 같은 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올해 '버닝'의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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