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정성후 프로듀서와 김대범 PD가 정규 편성을 앞두고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 3일 종영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3부작에 걸쳐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세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우리나라의 ‘이상한’ 가족 불평등을 고스란히 담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큰 반향을 이끌며 정규 편성에 안착했다. 오는 6월 정규 편성을 앞두고 OSEN과 만난 정성후 프로듀서와 제작사 ㈜스튜디오 테이크원 김대범 PD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귀띔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파일럿 방송을 끝냈다. 어떤가.
A. 정성후 프로듀서(이하 정): 파일럿은 던지는 개념이다. 파일럿을 촬영한지 오래돼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할 틈이 없었지만, 정규 편성에서는 이번 반응을 일정 부분 수용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출연자들도 본인의 가족 관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시청자들이 느낀 만큼 스스로도 많은 걸 느낀 것 같다. 그로 인해 변할 것이고, 그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시청자들도 ‘나도 바꿔봐야지’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쉽게 변하지 않지 않나. 분명 그 과정이 오래 걸릴 거다. 그런 의미에서 길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김대범 PD(이하 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현장 PD는 다 남자였다.(웃음) 그런데도 다들 촬영하고 만들면서 엄청난 공감을 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이들의 관계를 외면하는 남편, 시아버지의 모습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남자들, 특히 ‘남편들’이 이걸 꼭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남자들도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이 나오고, 고부관계가 꼭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출연자들을 보며 시청자들이 느끼는 바가 있다면 정말 그게 좋은 프로라 생각한다.
Q. 고부갈등을 제시하기만 하고, 이 다음 단계인 변화 등을 담기진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A. 정: 우리는 고부갈등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건 없어야 하는 개념이다. 이건 고부갈등의 문제가 아닌, 가족 관계 안에서 가장 약자인 두 사람이 부딪혀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른 가족구성원들이 아무도 하지 않아서 그 일을 해야만 하는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는 거다. 누군가만 괴로운 게 아닌, 다 같이 행복하고 즐겁고 고생하며 같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김: 파일럿 3회 만에 변화를 보여주기란 사실 쉽지 않다. 애초부터 파일럿에는 문제 제기에 목적을 뒀고, 그런 면에 있어서는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본다. 다만 이제 정규 편성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 변화의 과정을 잘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정규 편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A. ‘반복’이라는 부분에서 우리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분명 그 안에서 무언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사람은 잘 안 변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변하고 싶은데 변하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거였다. 다른 형태의 며느리의 삶도 보여주고 싶고, 한 번 나온 가족이 1년 뒤 다시 나오고 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런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시청자들과 교감하며 잘 풀어나가고 싶다.
Q. 혹시 이런 형태의 가족들이 나왔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있나. 이번 방송이 워낙 뜨거운 화제여서 부담감 때문에 섭외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A. 김: 박세미처럼 무언가를 좀 더 발언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여러 형태의 가족들이 나왔으면 한다. 다만, 모든 며느리들의 ‘나라’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니 부담감 느끼지 말고 어떤 가족이든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 또 남편들은 촬영이 끝난 후 자기가 진짜 이렇게 행동한지를 몰랐다고 한다. 남편들은 ‘내가 저랬냐’는 말을 제일 많이 했다. 출연하면서 몰랐던 모습들을 깨닫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출연에 대해서도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열려있다!(웃음)
정: 살면서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여러 평가까지 받을 수 있으면 인생에 놓고 보면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비연예인에게도 문이 열려있으니 적극적인 출연을 생각하면 좋겠다.
Q. 정규 방송의 방향성은 어떤가. 그리고 파일럿을 끝내고 정규 방송을 기다릴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를 남긴다면.
A. 정: 아직은 방향성을 계속 고민 중이다. 다만, 길게 봐달라는 말을 한 번 더 드리고 싶다. 지금 답답해 보이는 면들이 답답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지 않겠나. 사실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람이 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것을 감안해서 오래 길게 봐주셨으면 한다. 건방지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이걸 보고 자신의 집을 다시 들여다보고 되돌아보는 계기를 맞았으면 좋겠다.
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남자와 남편들이 꼭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나조차 만들면서 느끼는 점이 정말 많았다. 사람이 변하는 게 힘들지만 어른은 더 그렇다. 가족 구성원 중 가장 변화를 빨리 할 수 있는 위치는 남편이다. 특히 남편들이 이번 방송을 통해 많은 걸 느꼈다. 아마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무의식 중에 보일 거다. 하지만 변화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또 다른 웃음 포인트도 있으리라 기대한다. 가족들이 함께 보면서 모두가 ‘행복의 나라’로 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 / yjh0304@osen.co.kr
[사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