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시청자들의 분노와 눈물을 자아내며 파일럿 방송을 마쳤다. 정성후 프로듀서와 김대범 PD는 ‘분노 유발’이라고 토로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이 또한 가족 내 불평등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반증이라며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되짚었다.
지난 4월 12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3부작 파일럿 프로그램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지난 3일 방송을 끝으로 파일럿 방송을 종영했다. 오는 6월 정규 편성을 확정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정성후 프로듀서, 제작사 ㈜스튜디오 테이크원 김대범 PD를 만나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시청자의 반응이 놀라울 만큼 뜨겁다. 어떤가.
A. 정성후 프로듀서(이하 정): 1회에서 2회로 넘어갈 때 시청률을 보면 가구시청률은 떨어져도 2049 시청률은 많이 올랐고, 시청자 수 지표가 더 늘었다. 이게 한 가구 안에서 여러 명이 함께 보기 때문에 동반 시청자수가 늘어나 이런 현상이 나오는 거라고 하더라. 웹, 다시보기 등으로 TV를 혼자 보는 경향이 늘어가는데,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엄마와 딸, 부부 등이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반응은 고무적이다. ‘으레 그런 것’이라고 여겼던 문화나 제도를 바꿔보자고 한 게 우리의 의도였다. 파일럿은 일단 문제제기를 하는 단계였다. 당연한 줄 알았는데 다른 방식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제시하고 싶었던 거다.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문제는 잘 던졌다는 생각은 한다.
Q. 반응 중에 박세미나 김단빈의 사례가 특히 여성들의 분노와 공감을 자아냈다.
A.(정) 박세미 부부를 향한 1회의 반응을 보면서는 솔직히 놀랐다. 사실 박세미 시댁의 일들이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할 만큼 극적인 경우는 아니지 않나. 많은 며느리들에 있었던 일들이다. 그리고 박세미를 자주 보는 시댁의 입장에선 만삭이 익숙했을 뿐이다. 그런데 김재욱이나 집안 사람들을 향한 상처 댓글들이 있어서 걱정이 됐다. 다행히도 문화평론가나 여성학자들 등 전문가들의 후속 반응이 좋았고, 우리가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된 것 같았다. 우리의 문제제기가 잘못되진 않았구나 싶었다. 물론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프로그램이 던진 방향이 다르진 않았다는 확신과 조심스럽게 나아가보잔 생각이 들었다.
김대범 PD(이하 김): 촬영장에서는 김단빈과 시어머니가 딸과 어머니 같았다.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서로 편하기 때문에 친모녀 같이 보이는 면들이 많았다. 모든 출연자가 방송을 보고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을 거다. 관찰 카메라는 자기가 모르는 행동들이 다 포착되니 말이다. ‘내가 저렇게 했구나’라는 걸 느끼고, 가족구성원 모두가 ‘바뀌어야겠다’는, 변화를 원하는 부분이 있어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 길게 봐달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모든 가족들이 일단은 풀어갈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엔 공감을 했다.
Q. ‘분노 유발’이다, ‘발암’이다 라는 식의 반응들이 참 많았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걱정은 되지 않았나.
A. 정: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이 변화하는 부분을 함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의 이야기에 많은 시청자가 함께 분노한다는 건 ‘며느리’로 상징화되는 가족 내에서의 불평등이나 불공정함이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사실 프로그램의 며느리들 이야기는 막장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지 않나. 그걸 냉정하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출연자를 비난하기보다는, 지금의 시어머니나 훗날 시댁이 될 가족들, 며느리가 될 여성들이 함께 ‘나는 어떤 가족구성원이 될까’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나마 가장 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수긍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애쓰고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 우리 프로그램이 끝나고 스크롤이 올라갈 때 흘러나오는 노래가 ‘행복의 나라로’다. 그게 우리의 메시지였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파일럿이라 아직은 행복해지지 못했다.(웃음) 정규 편성에서는 결국 행복해지는, 노래 가사처럼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한때 설정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A. 정: 물론 장소와 가족들을 모으는 기본적인 세팅은 우리가 한다. 하지만 그 공간 안에 들어오면 그 이후부터는 다 평소 모습 그대로다. 그 안에서 나오는 말, 사건, 관계 등은 모두가 실시간이다. 우리가 무언가의 대화 소재, 이슈 등을 던져주는 일은 전혀 없다.
김: 한 가정당 한 번 촬영을 시작하면 사흘 정도를 그냥 지켜본다. 우리가 너무 지켜보기만 해서 민지영은 오히려 우리를 걱정해줬다.(웃음) 배우라서 큐 싸인과 설정에 익숙하니 이렇게 새벽부터 밤까지 지켜만 보고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어색하고 불안했던 모양이다. 촬영이 끝나면 항상 ‘우리 집안은 진짜 아무 것도 없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하지만 모니터를 끊임없이 지켜보는 우리는 ‘굉장히 잘 나왔다, 이건 정말 재미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정작 본인들만 끝까지 모른다. 출연자들은 스튜디오에서 VCR을 보면서 그제야 ‘내가 저런 행동을 했냐’, ‘내가 저런 말을 했냐’ 이러면서 놀란다. 박세미도 자신이 입술을 그렇게 깨무는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웃음) 앞으로도 무언가의 개입 없이, 시간을 들여 오래 찍고 싶다.(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