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이 3일 열린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2012년 열렸던 제3회 올해의 영화상 남우주연상이 후 6년 만의 쾌거이다. 이날 김윤석은 트로피를 받은 뒤 “이 상은 영화 ‘1987’을 만든 모든 이들에게 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그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재능과 노력이라는 두 단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또 다른 단어를 떠올렸다. 바로 정성이다”라며 “이런 것을 알려준 장준환 감독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백상과 인연이 없었던 김윤석은 ‘1987’을 통해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아쉬움을 씻었다. 영화 ‘추격자’(2008)가 4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긴 했지만 개인 트로피는 없었다. 올해는 김윤석의 주연작 ‘남한산성’(2017)도 작품상을 받았다.
김윤석에게 ‘1987’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영화가 분명하다. 故박종철 열사가 자신의 모교 고등학교 선배인 것을 시작으로, 장준환 감독에게 일찍이 출연 제안을 받았던 그는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수정돼온 시나리오를 봐왔다고 한다. 장 감독과의 술자리에서 배우 강동원, 하정우와 의기투합하며 6월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30주년에 ‘1987’을 내놓자고 의기투합했다.
‘1987’은 1987년 1월부터 6월 항쟁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다. 1987년 1월 4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6월 9일 최루탄에 맞은 이한열 열사의 안타까운 죽음, 그리고 청년의 무고한 죽음을 애도한 대학생과 시민들은 1987년 6월 뜨겁게 끓어올랐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6·29 선언을 이끌어낸 6월 항쟁은 민주화의 도화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6개월 동안에 벌어진 비교적 짧은 역사를 한 편으로 길게 늘인 건데 지루하거나 어설프지 않다. 정통 역사를 영화를 통해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해온 김윤석은 ‘1987’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대공수사처 박처장 역을 맡은 그는 한 인물의 개인적인 아픔부터 독재정권 아래서 본인의 의지와 달랐던 선택을 한 과정을 그리며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이렇듯 명배우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는 김윤석은 올해 감독으로서 첫 장편영화 ‘미성년’을 연출할 계획이다. 연기는 물론 각본 및 연출을 맡아 영화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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