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교양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화제 속에서 파일럿 방송을 마친 가운데, 정성후 프로듀서와 김대범 PD가 민지영, 박세미, 김단빈 등의 출연자들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지난 4월 12일부터 3부작으로 방송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결혼 이후 여성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보여주고자 하는 관찰 프로그램으로, 세 가족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 한국에 팽배한 가족 내 불평등을 냉정하고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1회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가족 내 가장 약자인 ‘며느리’의 애환이 고스란히 전해진 덕분에 큰 관심을 얻었고, 시청률도 4%를 돌파했다.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반응이 이어진 것. 이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정성후 프로듀서와 제작사 ㈜스튜디오 테이크원 김대범 PD가 OSEN과 만나 프로그램의 후일담, 캐스팅 비화 등을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예상치 못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화제가 될 것이라 예상했나.
A. 정성후 프로듀서(이하 정): 며느리 이야기를 하면 화제가 될 거란 생각이 있었다. 이제 사회적 분위기가 며느리의 이야기를 할 때가 왔다고 믿었다. 전엔 ‘며느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였는데, 이제 사회적·문화적인 면에서 우리내 가족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할 시기가 됐다는 거다.
김대범 PD(이하 김): 내가 남자지만 촬영을 하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민지영씨가 특히 그랬다. 새댁이거나, 새댁을 지나온 모든 결혼한 여성들이 공감을 할 것 같았다. 공감 포인트가 있으니 이슈가 될 거란 생각은 했다. 민지영씨한테 고마운 게, 신혼여행지을 떠났을 때 섭외를 했고, 신혼여행 끝나자마자 곧바로 촬영에 합류해줬다.
Q. 왜 하필 ‘며느리’였나.
A.정: 이미 ‘며느라기’라는 웹툰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얻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며느리 얘기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한 거다. 아마 조금만 전에 이런 프로를 만들었다면 ‘어느 집에나 있는 건데 이게 어떻게 프로그램이 돼’라며 욕을 많이 먹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며느리는 으레 그런 거 아냐?’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꼭 그렇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온 거다. 우리는 ‘며느리가 행복해지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가족들이 행복해지는 걸 보여주고 싶다. 물론 그럼 왜 남편, 시아버지에게 말할 기회를 안 주냐고 반문할 수 있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균등하게 보여주면 그저 ‘다 불편해’라는 것 밖에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가족 중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에 집중하자는 의도로 며느리란 키워드를 선택했다.
Q. 민지영, 박세미, 김단빈의 캐스팅 비화가 궁금하다. 특히 김단빈은 비연예인인데 어떻게 섭외를 하게 됐나.
A. 정: 민지영은 막 결혼한 새댁이었고, 박세미는 결혼한지 좀 되어서 시댁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무르익은’ 며느리였다. 김단빈 같은 경우는 제작사 쪽에서 시댁과 함께 살거나 일을 같이 하는 ‘접점이 많은’ 가족을 찾고 싶었던 와중에 섭외가 된 것이다. ‘연예인 들여다보기’가 되는 걸 피하고 싶었고, 어느 집이나 똑같은 며느리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꼭 연예인일 필요가 없었다. 모든 가족들이 한 번쯤 되새김질 할 거리들이 있었다.
김: 김단빈 같은 경우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SNS를 활발하게 하는 분이라 SNS를 보고 접촉을 하게 됐다. 섭외를 제안했을 때 본인은 혹시나 이게 나갔을 때 좀 부정적인 면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며 바로 허락을 했다고 한다.
Q. 이현우, 권오중, 이지혜, 김지윤 MC들의 활약도 좋았다.
A. 김: 이현우, 권오중의 궁합은 이미 잘 맞았다. 가정에서의 모습도 좋았기 때문에 우리에겐 섭외 1순위였다. 역시나 케미도 정말 좋았다. 이현우 같은 경우는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질 때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지혜의 활약은 만족도가 정말 높았다. 이지혜도 새댁이라 민지영 VCR을 보면서 진정으로 공감하면서 좋은 리액션이 많이 나왔다. 스튜디오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화기애애하고 수다스러운 분위기였다. 그 수다들을 다 담지 못해 아쉬웠다.
정: 1회 때에는 이현우가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에 대해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담당 프로듀서로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이건 교양 예능이지 진지한 토론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 안에 중심을 잡는 역할을 제작진과 MC가 해줘야 했다. 물론 그 부분에 있어서 불만이 있을 수는 있었지만 교양 예능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김지윤 같은 경우는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문제점인 상황을 명쾌하게 지적해주고 설명해주는 역할이다. 솔루션을 제시하는 역할이라고는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답을 주면 개인적인 차원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떻게 부드럽게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냐’가 아니라, 가족 안의 불평등 프레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자는 게 기획의도다. 그래서 ‘솔루션’이란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 그런 부분에서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 캡처.